매일신문

['부부의 날'이 더 쓸쓸한 이혼가정] (하)이혼 풍속도

▲ 차경환 판사
▲ 차경환 판사

삶에서 '죽음' 빼고 가장 고통스러운 것을 꼽으라면 바로 '이혼'이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그나마 2003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12만4천600쌍이 이혼해 최고를 기록했던 2003년 16만7천100 쌍에 비해 4분의 1 정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혼은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황혼이혼의 급증으로 '홀몸 노인'이 늘어나고 있고, 보육원에 버려지는 '이혼 고아'도 우리사회가 감당해야 할 상처들이다.

◆불륜세상, 해체되는 가정들

"아무리 늙어도 감정은 늙지 않는 법이지요."

C(58·여)씨는 지난해 말 남편 K(60)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5년 전 퇴직후 매일같이 산을 찾던 남편이 외도중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친구사이"라며 부인했지만, 재판을 받으면서 외도 사실이 속속 드러나 K씨는 전재산인 집 한채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이혼했다.

최근에는 아내의 불륜으로 남편 쪽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의 한 판사는 "여전히 이혼을 청구하는 쪽은 여자쪽이 90%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최근에는 남편들이 이혼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대부분 아내의 외도"라고 했다.

S씨는 아내 K씨가 외도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배신감에 치를 떨다 이혼을 요구했다. 아내도 이혼에 동의했지만 재산분할 문제가 걸렸다. S씨는 "이혼 원인이 전적으로 아내에게 있으니 재산은 한푼도 줄 수 없다"고 했지만 K씨는 "십수년 동안 재산형성에 함께 기여한 만큼 당연히 일정부분을 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가 2006년 9월부터 12월까지 170건의 협의이혼 원인을 분석한 결과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이 성격차이나 경제적 갈등에 이어 두번째였다.

◆결국 아이들이 피해자

이혼에 동의한 L(39)씨와 B(38·여)씨는 양육권을 정리하지 못해 지루한 법정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외도로 이혼에 이르게 된 만큼 도저히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아내는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손으로 키워야 한다"며 양육권을 고집했다.

반면에 양육을 회피하는 이혼자들도 많다. 복지시설 아동의 입소 사유를 분석해보면 부모 이혼으로 인한 경우가 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지법 정용달 가정지원장은 "이혼만 생각하다 그 후에 생길 경제적 고통이나 아이 양육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이를 맡는 것이 마치 이혼이라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문제다. 정 지원장은 "아이를 기르지 못하겠다고 하면 자신이 부도덕한 것으로 느껴져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며 "누가 아이를 그나마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돼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이혼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가사소년전문법관 차경환 판사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보다 이혼이 낫지 않으냐고요? 가장 가까이서 이혼 과정을 지켜보는 저로서는 '그래도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구지법 가정지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차경환(38) 판사는 "이혼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 판사는 "재판을 하면서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실감한다"며 "소년보호사건의 90% 이상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혼은 가정경제를 절반으로 나눠 양쪽 모두 저소득층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에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나 경제적 여유까지 박탈당하게 된다.

차 판사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면 종이 한장을 꺼내 놓고 이혼의 장단점을 한번 적어보라"고 권했다. 상대방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얻는 대신 치러야 하는 막대한 비용을 다시 한번 생각하라는 말이다.

또 다른 방법은 부부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차 판사는 "이혼의 가장 흔한 사유가 '성격 차이'인데 대다수는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을 몰라 빚어지는 마찰"이라고 했다.

"이혼은 현실도피를 위한 '해방구'가 아니라 인생을 사는 동안 부부가 함께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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