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을 받기야 받았지, 근데 누군지도 몰라."
20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철로변 소공원. 화투나 대화로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누가 누군지 몰라도 6, 7명의 구청장·시의원 후보들이 인사를 하고 갔다"며 "너무 많아서 구분도 안 되고 별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서구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이모(72) 할머니는 "우리 동네는 어떻게 1년 내내 선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짜증을 냈다.
구청장과 시의원을 뽑는 6·4 보궐선거를 앞둔 대구 서구가 '선거 무기력증'에 빠졌다. 이곳에는 구청장 후보 8명, 시의원(비산동, 원대동, 평리1·3동) 후보 6명 등 모두 14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주요 네거리나 대형 건물에는 어김없이 후보자 선거사무실이 들어섰고 그 앞에는 대형 걸개그림이나 현수막이 요란하게 나부끼고 있었다. 선관위가 제작한 선거·투표 홍보용 현수막 100여개가 곳곳에 붙어있는 등 선거 홍보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들은 '선거를 또 하느냐'며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과 4월 총선에 이어 6·4 보궐선거까지 6개월 내내 선거가 치러지고 있기 때문. 특히 이번 보궐선거 경우 한나라당이 정당공천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후보자들이 난립, 주민들의 무관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후보들도 얼굴 알리기에만 급급할 뿐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보들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않았지만 유난히 파란색 일색의 명함으로 한나라당 측 특정인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표를 부탁하고 있다. 원고개시장에서 만난 김준호(36·서구 비산동)씨는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 된다. 과연 이 지역에 발전이 있겠나 싶다"고 일침을 놨다.
이런 민심 때문에 투표율은 통상의 재보궐선거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서구의 투표권자는 18만8천여명(총인구 23만명)이었지만 이번에는 예상 투표율을 30%대로 잡고 있다. 지난해 4·25 대구 서구 시의원 재선거 투표율이 28% 정도였기 때문. 한 관계자는 "5만여표의 유효표 중에서 당선이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돼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