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만나 쇠고기 협상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논의했으나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사전 조율' 문제가 시빗거리가 됐다.
통상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날 때는 실무진들이 사전에 여러 차례 만나 의제를 조율하고 영수회담에서는 이를 발표하는 요식 절차만 밟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건의한 뒤 하루 만에 첫 영수회담이 부랴부랴 열렸다. 결과를 놓고 보면 실무진들은 아무런 조율을 하지 않고 대통령과 당대표에게 모든 것을 맡긴 셈이다.
특히 청와대는 쇠고기 추가 협상이라는 야당에 줄 '선물'을 갖고 있었으나 영수회담하는 날 그냥 발표해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야당 대표에게도 물러설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 바람에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2시간이나 얘기를 나누고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도면밀하지 못한 영수회담 추진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여타 야당 대표들의 심기도 건드렸다. 19일 영수회담 추진과 쇠고기 추가 협상을 설명하기 위해 여의도로 간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총재도 만났으나 막판에 귀엣말로 "대통령께서 한번 뵙고 싶어한다"는 말만 하고 영수회담 개최 추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통합민주당만 야당이냐'는 반발을 낳고 있다.
영수회담 이후 발표 방법도 문제가 됐다. 통상 영수회담의 경우 청와대 대변인과 당 대변인이 함께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쌍방간 발표 잘못으로 인한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이날 결과 발표는 청와대에서 했고, 손 대표가 발표 내용을 오해해 화를 냈다는 소식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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