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전국대회 4개서 두각 '무용 신동' 황윤지양

지난 17일 오전 11시 경산의 대구가톨릭대학교 전국무용경연대회장. 한국무용 초등부 무대에 한 소녀가 올라섰다. 휘모리 장단이 시작되자 무동으로 변장한 가녀린 소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들림 없는 몸짓을 선보였다. 자진모리 장단이 휘몰아치는 극한 춤사위에서도 몸과 하나된 장구엔 미동이 없었다. 얼굴에 스민 미소엔 대찬 기운과 당돌함이 교차했다. 자반뒤집기를 응용한 연속 돌기 동작이 이어졌다. 강단 있는 절제동작이 무대를 헤집었다. 작고 가냘픈 몸엔 무서운 예술혼이 넘나들었다. 딱 2분간이었다. 모두가 예상했듯 한국창작춤 '무동'을 선보인 황윤지(11·대구 동호초교 5)양은 이날 대회에서 한국무용 초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천 출신의 무용 신동 황윤지양이 전국 무용계를 평정하고 나섰다. 올해만 벌써 4개 대회에서 은상과 최우수상, 특상을 거머쥐며 실력을 입증받았다. 지난 1일과 2일 서울에서 열린 '제6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국 무용경연대회'에선 작년 대상에 이어 올해 은상을 차지했다. 열한살의 나이로 해내기 어려운 춤사위를 선보인 황양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양은 여섯살 때부터 한국 무용을 시작했다. 인천시립무용단 상임단원이었던 엄마 신수나(37) 씨로부터 한국무용을 배운 황양은 어려서부터 무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하루 2, 3시간씩 연습이 이어졌지만 아이는 쉽사리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무용대회에선 무대를 내려오자마자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눈물로 터트리는 아이였다. 신씨는 "춤에 대한 욕심이 너무 강해 가끔씩 놀랄 때가 있다"며 아이의 무용에 대한 애착을 설명했다.

아이는 최근 2년간 27개 대회에 출전, 대상과 특상 등을 휩쓸었다.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그냥 춤이 좋아요"라며 큰 눈망울만 깜박였다.

황양은 현재 서울의 국립국악중학교에 입학을 준비중이다. 전국에서 10명의 신입생을 받는 것으로 유명한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황양은 이날도 춤 연습에 열심이었다. 타고난 체력과 춤에 대한 열정으로 매번 초등학생이 소화하기 힘든 춤사위를 보여줬던 황양은 국립무용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라 했다. "평생 춤추며 살고 싶다"는 아이의 눈빛엔 순하면서도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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