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유값 폭등…화물연대 운송거부 조짐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화물차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특히 화물연대는 가격정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운송료를 결정하는 대형 화주들에게 경유가 인하 및 운송료 현실화(인상)를 요구하면서 운송거부 등 집단행동 돌입을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일부 운송업체와 화주들마저 "충분히 그럴 만한(집단행동 돌입) 사안이고, 그들의 주장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며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전국적 물류마비 사태를 경험했던 지난 2004년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본부(옛 화물연대·본부장 김달식)는 지난 19일 오후 대전에서 중앙 집행부와 전국 지역지부장 등 2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고유가에 따른 조합원들의 적자운행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운송거부 등 집단행동 돌입과 관련한 세부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기름값은 폭등하는데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했다는 이유로 유가보조금을 삭감해 화물노동자들의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며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라도 대정부 및 대사용자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집행부와 전체 조합원들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중의 경유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게다가 주유업계는 정유사들이 가격조정을 단행하는 22일(GS 수요일, SK 목요일) 이후 전국의 경유 ℓ당 평균가격이 휘발유의 95∼98%에 해당하는 1천8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정유사들은 20일부터 경유를 휘발유보다 ℓ당 4~5원 비싸게 공급하기도 해 조만간 경유가가 휘발유가를 추월하는 사상 초유의 현상도 나타날 전망이어서 화물차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 등 운송업자들은 "서울~부산 왕복운임이 대략 80만원 선인데 60만원이나 되는 기름값과 도로비(7만6천원), 식대·알선료·보험료·지입료 등 비용을 제하면 움직이는 만큼 손해고 적자"라며 ▷유가보조금 지급기한 연장 및 증액 ▷사업용 화물차 면세유 공급 ▷정부의 정유사 유류가격 결정 규제 ▷운송료 현실화 등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운전대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유가책정은 자율화된지 오래고, 운송료는 전적으로 화주-운송업체-화물연대 등 당사자들이 협의할 문제"라며 발을 빼고, 운송업체측은 "지입차주 등 화물연대의 요구가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화주들이 움직이지 않는 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화물연대의 실력행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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