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 밖으로 나선 靑 비서진

李대통령 '소통' 강조 이후 외부 활동 강화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의 자세가 바뀌고 있다는 소리가 부쩍 자주 들린다. 업무를 파악하고 현안을 챙긴다고 밖을 돌아보지 않던 비서진들이 이번주 들어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자 나오는 얘기다.

쇠고기 협상 파문,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이후라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비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긍정론도 없지 않다.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이 눈에 띈다. 류 실장은 20일 주한 중국 대사관을 방문해 쓰촨성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명복을 빌었다. 최근들어 여야 국회의원들과 접촉면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곽 국정기획수석은 19일 유승민, 주성영 의원과 이철우 당선자 등 대구·경북 출신 18대 의원들을 만났다. 대구 출신인 곽 수석이 같은 고향의 한나라당 소속 소장파 의원들을 만나는 가벼운 모임 성격이었으나 '지방 정책의 조율사'란 직책 때문에 혁신도시 등 지방 정책이 모임의 주제가 됐다. 곽 수석의 '남해안 선(SUN)벨트 구상' 언급에 대구·경북 지역이 반발하자 내심 이를 설명하려는 취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찬 민정수석도 최근 여론 청취 등을 위해 외부 모임을 자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도 자주 만난다는 소식이다.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실세로 떠올랐다는 평을 듣는 이 대변인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자주 접촉하는 등 자세를 바꿔가는 중이라 한다. 그간 넘치는 대통령 행사를 수행하느라 청와대 안팎의 여론 청취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이러한 변화의 계기는 물론 이 대통령이 제공했다. 지난주를 전후해 국민과의 소통(疏通)을 세차례나 강조한 것이 그 시작이다. 한번 얘기하면 실천할 때까지 거듭 얘기하곤 하는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들과의 자리에서도 "청와대의 모든 사람이 정무역을 담당해야 한다"며 또다시 소통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소통 강조에 수석비서관들이 청와대 안에서 일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의 자체 반성이 나와 자연스레 외부 활동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이런 흐름은 비서관, 행정관으로까지 확산될 분위기다. 모처럼 귀가 열린 청와대가 어떻게 바뀌어갈지 주목된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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