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회담은 한마디로 실망이다. 두 사람이 만난 최대 이유인 한미 FTA 비준안 문제는 서로 다른 소리만 하다 끝냈다. 이 정부 출범 후 처음 단둘이 만나서 국민 앞에 내놓은 게 없었다면 여야 영수회담이라 할 것도 없다. 두 시간 동안 밥만 먹고 헤어진 맹탕 회담에 혀를 찬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17대 국회가 사흘 뒤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쫓기듯 만남을 갖는 자체가 졸속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야당 대표를 불러 FTA 비준을 당부한 것인가. 민주당은 말이 야당이지 아직 17대 국회에서는 다수당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는 물론이고 의원 하나하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그게 실용정치 아닌가. 그런데 이 대통령은 FTA 비준이 한시가 급하다는 소리만 했을 뿐 야당 의원을 직접 접촉하지도 설득할 생각도 가지지 않았다. 어제 회동도 강재섭 대표의 건의를 받고서 떠밀리듯 나선 것이다. 이래서야 야당이 마음을 돌리겠는가.
17대 국회 FTA 처리를 주장하다 '쇠고기 수입'을 핑계로 꽁무니를 빼는 손 대표 역시 큰 정치인의 모습은 아니다. 아무리 민주당 내 강경세력의 목소리가 크다 해도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인이라면 손바닥처럼 소신을 뒤집지 않을 것이다. 자기 미래에만 약삭빠른 정치꾼과 달라 보이지 않는 처신이다. 더 한심한 것은 민주당이다. 한미 FTA는 자기들이 2006년 협상을 시작해 이듬해 타결 지은 사안이다. 비준안 국회 상정도 자기들이 주도했다. 그래 놓고 야당이 되었다고 안면을 싹 바꾼 것이다. 정상적인 이념과 정책을 가진 정당이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은 야당을 존중 않고는 국정이 힘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민주당은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를 당리당략에 빠져 뭉그적대는 짓을 걷어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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