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0분 혈투…승리의 여신은 맨유를 택했다

박지성이 뛰었으면 더 행복할텐데…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 6대5 첼시

승리와 운명의 여신은 명승부를 위해 안타까운 순간을 만들고 잔인한 상황을 연출한 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품에 안겼다. 22일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츠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20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맨유는 첼시를 맞아 연장전까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에드윈 판데사르의 선방으로 6-5로 승리,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맨유는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를 2위로 밀어내며 우승한 데 이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첼시를 누르고 우승, 2관왕에 오른 반면 첼시는 팀 창단 134년만에 처음으로 유럽 정상에 서려는 야망이 물거품이 되면서 연거푸 준우승에 그치는 불운에 울었다.

전·후반 90분간 강한 투쟁심과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으며 맞부딪힌 양 팀 선수들은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가 넘어 연장전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고 내리던 빗줄기마저 굵어지자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결국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맨유의 선축으로 번갈아 골을 성공시키던 두 팀은 맨유의 올 시즌 성공을 이끌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세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 승부가 갈리는 듯 했다. 호날두는 특유의 멈칫하는 동작으로 킥했으나 첼시의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호날두의 몸 동작을 읽고 슛을 막아냈다.

네번째 키커들과 맨유의 다섯번째 키커 루이스 나니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4-4에서 첼시의 주장 존 테리가 승부를 끝내기 위해 다섯번째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테리는 미끄러지면서 볼을 골대 바깥으로 날려버렸다.

기사회생한 맨유는 안데르손과 라이언 긱스가 차례로 성공시켰고 맨유의 골키퍼 판데사르가 니콜라스 아넬카의 킥을 쳐내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맨유 선수들은 미친 듯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서로 엉켜 얼싸안았고 시상식에서 우승컵에 뜨겁게 입맞춤했다.

이날 경기에서 맨유는 루니-호날두의 투 톱에 호날두-캐릭-스콜스-하그리브스의 미드필드, 에브라-비디치-퍼디낸드-브라운의 4-4-2 전형으로 나섰고 첼시는 말루다-드록바-조 콜의 스리 톱에 발락-마켈렐레-람파드의 중원, 애쉴리 콜-카르발류-테리-에시앙의 4-3-3 포진으로 맞섰다.

전반에 맨유는 경기를 지배하며 수비에 중점을 둔 첼시를 몰아부쳤다. 전반 26분 웨스 브라운이 오른 측면에서 스콜스와 2대1 패스로 측면을 돌파한 뒤 날린 크로스를 호날두가 헤딩으로 성공시켜 선취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이후 공세를 늦추지 않았으나 전반 34분 테베스의 헤딩과 뒤이은 캐릭의 중거리 슛을 체흐 골키퍼의 선방으로 추가 골을 넣지 못했다.

첼시는 전반 종료 직전 에시앙의 중거리 슛이 맨유 수비수 퍼디낸드의 등에 맞고 흐르자 람파드가 밀어넣어 동점 골을 터뜨렸다. 첼시는 후반에 중원을 장악하면서 맨유를 몰아부쳤으나 후반 33분 드록바의 벼락같은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연장 전반 4분에는 람파드의 슛도 크로스바를 맞아 땅을 쳐야만 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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