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health doctor]'인수공통 전염병'공포...제대로 알고 계십니까

의사가 본 광우병 위험-소 뼈 내장 식재료 사용땐 특별히 주의해야

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걱정·불안 수준을 넘어 국가적 혼란과 국민의 건강 및 생명이 위협받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실제 광우병과 관련된 각종 학설과 주장이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떠돌면서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의학적으로 보는 광우병은 어떨까. 최근 대한의사회가 광우병에 대해 밝힌 공식 입장을 바탕으로 사람광우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소광우병(BSE)은 뭐고,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 사람광우병(vCJD)은 또 뭔가

소광우병은 주로 성장된 소에게서 나타나는 병이다. 동물의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이 원인이 된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에 오염된 조직이나 골육분 첨가사료를 먹음으로 발생하는데, 1986년 영국에서 처음 소 광우병 사례가 보고됐다. 프리온 단백질에 의한 질환은 소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발병한 적이 있다. 이 경우 보통 3~6개월 내에 사망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광우병은 아니다. 사람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이다. 사람광우병 환자와의 접촉이나 공기 등을 통해 전파되지는 않는다. 20, 3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하는데, 정신착란, 운동실조, 치매 등 증상을 보이다 보통 2년 안에 숨진다.

◆소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먹으면 모두 사람광우병에 걸리나

그렇진 않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소광우병의 경우 기본적으로 소의 병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는 것. 그러나 잠복기가 수십년 정도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단정할 수는 없다. 소의 신체조직에서 특정위험부위(SRM)를 제거한 30개월 미만 소를 먹을 경우엔 사람광우병 발병 위험은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위험부위는 소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이 주로 축적되는 소의 편도와 소장말단부 등인데, 30개월 이상 되면 뇌, 눈, 척수 등에도 축적돼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이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은 뇌, 눈, 머리뼈, 척수, 척추, 편도, 소장말단부 등을 특정위험부위로 정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사람광우병에 대한 치료법이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람광우병으로 밝혀진 환자 모두 숨졌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우리 국민이 사람 광우병에 더 취약한 게 사실인가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는 메치오닌과 발린 두 가지 종류가 있고, 서로 조합해 메치오닌/메치오닌(MM) 형, 메치오닌/발린(MV) 형, 발린/발린(VV) 형 등 세 가지 형태의 유전자가 발생한다. 한국인의 경우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 중 메치오닌/메치오닌(MM) 형이 서양인에 비해 많은 것으로 보고돼 있고, 사람광우병 환자의 경우 메치오닌/메치오닌 형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경우 소의 내장이나 뼈 등도 식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광우병 발생에 대한 특별한 예방 및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비교위험도 평가 등 집단유전학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인이 사람광우병에 더 취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사람 광우병 발생 보고가 없는 상태다. 사람광우병은 199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뒤 2000년 30명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해마다 10~20명 정도 발생, 지난달 현재 모두 207건에 이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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