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억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선 매일 오전 7~9시 직원들의 낭랑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벌써 8년째 계속되는 노래 부르기는 2001년 성희구 사장의 취임 때부터 시작된 것. "어떻게 하면 직원들과 잘 화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함께 노래 부르기를 제안했습니다.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는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인데, 대충 고른 노래가 아니라 깊은 뜻이 담겨 있죠. 사람은 사랑을 느낄 때 엔돌핀보다 400배 효과가 크다는 다이놀핀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사랑해'라는 가사를 내뱉는 직원들이 노래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길 바라고 있어요." 성 사장은 "요즘 뜨는 펀(Fun) 경영 기법이기도 하다"며 "직원들 누구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 사장의 또 다른 펀 경영은 5천원권 신권 지폐 나눠주기다. "매일 아침 호텔 전 매장을 돌며 직원들과 노래를 부르다 5천원권 한장씩을 건넵니다. 작은 액수지만 5년 이내에 50억원을 가져다 주는 행원권이라고 말해 주죠." 그는 "초콜릿이나 누룽지과자를 돌리기도 한다"며 "직원들에게 편안한 CEO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성 사장은 호텔 사장으로는 드문 경찰 출신 CEO로, 순경에서 치안정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서울 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인사·정보·경무국장 등 흔히 말하는 경찰 요직은 안 거친 곳이 없다. "처음 순경 시험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과 대학 은사님은 "왜 하필 순경이냐?"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때 은근히 오기가 생겼고 평생의 좌우명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한단계 한단계 밟고 올라가 치안 총수가 되겠다는 것이었죠." 그는 "1963에서 98년까지 35년6개월간 경찰에 재직하면서 처음의 그 결심을 거의 이뤘다"며 "98년 경찰 옷을 벗고 대구교통방송 본부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했다.
성 사장과 인터불고의 인연은 2001년 맺어졌다. "교통방송 본부장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2000년 말쯤 두 군데서 동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곳은 인터불고 CEO였고, 다른 한곳은 대학총장 자리였는데 왠지 인터불고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명예만 따지자면 당연히 총장 자리로 가야하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선택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인터불고호텔 사장으로 취임한 성 사장은 과묵하고 점잖기보다는 싱겁고 재미있는 CEO가 되려고 노력했다. 호텔을 놀이터로 생각하며, 지난 7년간 매일 같이 오전 7시30분에 출근, 오후 11시30분에 퇴근했고 호텔 식당 밥을 가장 많이 먹었다. 취임 후 그가 생각하는 인터불고의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의 얼굴이 달라졌다는 것. 무겁고, 경직됐던 인상이 서서히 풀어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단다. 직원들과 만나면 스스럼없이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성 사장은 역경을 딛고 성공한 동·서양의 사례들을 인쇄물로 엮어 매주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사기를 북돋운다.
"지난해에는 할렐루야 빌리지는 이름으로 인쇄물을 모아 만든 책까지 출간했죠. 삶에 필요한 지혜, 가슴 훈훈한 사람들의 온기, 결코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 직원들의 가슴 속에 움트길 기대합니다." 성 사장은 "큰 기업은 민심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며 "인터불고가 대구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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