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閑麗水道)의 '정점', 경남 통영으로 가는 길은 우아하지 않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좁고 번잡한 도로를 뚫고 해안으로 나가려면 고생 좀 해야 한다.
하지만 그깟 고생,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 제일의 미항이라 불리는 통영의 아름다움이 반갑게 맞이하기 때문이다. 내륙의 번화가를 벗어나 해안 도로에 다다르는 순간 그림 같은 다도해가 품 안에 달려들고, 하늘빛 푸른 바다에 수많은 섬들이 어우러져 신비의 풍경을 빚어낸다.
자연 속으로
바다 내음을 만끽하며 통영 산양읍 해안 일주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 가장 높은 곳에서 '달아'(達牙) 공원을 만난다. 코끼리 어금니와 닮아 유래한 이름으로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란 의미도 있다.
달아공원 정상 전망대에 올라 서자 크고 작은 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두미도'추도'남해도'사량도'매물도'비진도'오곡도'소지도….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불가능한 수많은 섬들이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정수라할만 하다. "좋네, 좋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주변 관광객들은 그저 감탄사만 쏟아낼 뿐이다.
공원 내 관해정(觀海亭)은 말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 한산대첩과 당포승첩을 이룩한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먼 데 경치를 불러 모으고 우로(雨露)를 피하기 위한 곳이라는 안내문이 있다. 청정해역을 스치는 바람도 좋지만 낙조와 달밤의 은파(銀波)를 감상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달아공원을 낀 통영 한산도 언저리에서 사천, 남해를 거쳐 전라도 여수까지 이어지는 뱃길은 한려수도라 일컬어진다. 300리가 넘는 물길에 수백개 섬들의 조화로운 풍경은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히며, 1968년 12월31일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 한가운데 위치해 한려수도의 정점을 이루는 통영은 일찍부터 한국의 나폴리라 불려 왔다. 일년 365일 가운데 250일이 쾌청한 곳, 사계절 온화'따뜻한 날씨에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이 반기는 남해 최고의 휴양 도시. 통영의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는 신이 내린 자연의 축복이다.
문화·예술 속으로
산양읍 신봉리 양지농원 내 미륵산 자락. 비석도 없는 무덤에 헌화객들이 남긴 국화가 송이송이 둘러져 있다. 지난 5일 타계한 한국 문학의 대모, 고(故) 박경리의 묘소다. 고인의 운구를 안치하던 날에도 이곳을 찾았다는 한 헌화객은 "통영에서 태어난 선생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미륵산 자락에 묻히길 원한 것으로 안다"며 "선생은 통영 명전동 충렬사 맞은편에 문학관 지을 자리도 마련해 둔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박경리의 고향, 통영은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박경리뿐만 아니라 청마 유치환과 김춘수, 김상옥 시인이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유치환의 형 유치진은 근대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이름 높고, 독일에 귀화한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김형근, 전혁림 또한 통영 출신.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청마 문학관이나 전혁림 미술관에 들러 문화와 예술의 향기에 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진미(珍味) 속으로
통영의 또 다른 자랑은 풍부한 먹을거리다. 수산자원이 풍부한 통영은 한번쯤 꼭 먹어봐야 할 별미가 부지기수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 했던가. 놓쳐서는 안 될 통영 제일의 맛은 '도다리쑥국'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도다리를 맑은 탕으로 끓여 그 위에 어린 쑥으로 향을 내는 요리로, 입에서 사르르 녹는 도다리 살과 코끝을 간질이는 향긋한 쑥내음이 일품이다.
또 콩나물'두부'김치를 넣고 소고깃국처럼 시원하게 끓여낸 바다장어탕도 별미다. 양식 민물 장어와 달리 깨끗하고 깊은 바닷속에서 잡히는 자연산 바다장어는 최고의 스태미나 식품. 이밖에 붕장어머리를 푹 고아 만든 '시락이국'과 복과의 졸복을 맑게 끓여내는 '복국' 또한 미식가들이 쉬쉬하며 즐겨 찾는 통영의 진미다.
※다른 볼거리
통영은 '충무공 이순신'의 얼이 담겨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행정구역 개편 이전 충무와 통영은 이순신 장군의 '충무공'과 '통제영'에서 따 온 이름이다. 두 지역은 1995년 '통영시'로 통합됐다.
이런 까닭에 통영 곳곳에는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충무공의 제사를 올리는 충렬사와 충무공이 설치한 최초의 통제영 등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하는 유적지가 즐비하다.
※통영 가는 길
남대구IC~구마 고속도로~마산~14번국도~고성'통영 고속도로~통영IC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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