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대학병원 의사의 '마지막 토끼'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과대학 교수라는 의사들이 쫓아야 하는 세 마리 토끼 중 두 마리인 교육과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하여 당연히 이번 주제는 마지막 토끼, 즉 진료에 대한 것이지만 그야말로 그동안 줄곧 등장한 주제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학병원이 다른 병원과 다른 진료의 모습 중 두 가지만 소개할까 한다.

그 중의 하나, 대학병원에서는 의과대 학생들이 진료에 부분적으로 참관을 한다. 그래서 '대학병원에서는 학생들이 환자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라는 웃지 못할 오해도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학생들은 훈련된 모의환자나 모형을 대상으로 가상의 처치나 진료행위를 한다. 우리 외과의 경우 값비싼 모형이 아까워서는 물론 아니고, 학생들이 환자의 고통을 직접 알기 위해 튜브를 코를 통해 위까지 넣는 '비위관(콧줄) 삽입' 등을 학생 서로를 대상으로 실습하기도 한다. 다만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환자의 진료나 수술 참관과 병력을 물어보는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실습을 하고 있는 이 학생들이 장래에 우리는 물론, 우리의 자녀들을 돌봐줄 의사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유능한 의사가 되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남이 아닌 바로 우리의 자녀들을 위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의원이나 병원들과는 달리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진료비에 '선택 진료비(지정 진료비, 특진비)'라는 것이 포함될 때가 있다. 소개하자면 너무 복잡하므로 쉽게 말하면 주로 경력 오랜 전문의나 교수에게 진료 등을 받을 때 내는 돈이다. 그런데 수술의 경우는 종종 그 액수가 적지 않다. 그래서 회진을 하다가 환자가 진료비 내역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는 매우 겸연쩍다. 사실 대학병원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게도 그 금액의 극히 일부분이 돌아오기는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나누어지는 것인데 환자들은 모두 나에게 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외래에서의 실화다.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분이 다음 일정에 대해 상의하려고 외래를 방문했다. 환자분은 일상적인 인사 끝에 "외래나 수술이 많아서 너무 힘들지요? 그런데 교수님은 이렇게 많이 벌지만 바빠서 언제 그 돈을 씁니까?"라고 했다. 나는 놀라서 왜 내가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지 되물어 보니 내 이름의 선택 진료비를 모두 내 수입으로 계산한 데서 생긴 오해였다. 그래서 다음날 수술실에서 나는 "참, 어제는 외래보면서 민망해서…. 글쎄 환자분이 내 이름의 선택 진료비를 다 내가 가지는 줄 알고…"라고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랬더니 외과 전공의와 수술실 간호사가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기를 "아니, 그러면? 그거 전부 교수님께 가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대학병원의 의사는 마지막 토끼마저 절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