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새/서연정

악다구니 소용돌이 뭉쳐 박힌 산으로

노래를 물고서 날아가는 새가 한 마리

그의 피 달구는 화로 아무도 모른다

제 삶의 열대를 뼈 속 깊이 새기며

칠흑어둠 복판에서 산화하는 순간까지

스스로 뇌관이 되어 날아가는 새가 한 마리

산이 악다구니 소용돌이가 뭉쳐 박혀 된 건 줄도, 그 산에 생명의 노래를 전하기 위해 새 한 마리 피 달구는 화로 속을 박차고 오르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둠 가장 깊은 데로 날아가 스스로 뇌관이 되어 폭발하는, 새. 여기서 새는 존재의 究竟(구경)으로 치닫는 구도자의 모습을 환기합니다.

세상의 온갖 들끓음을 뼈 속 깊이 새기며 쉼 없이 솟구쳐 오르는, 새. 노래가 되건 뇌관이 되건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 의식의 심층을 파고드는 상상력은 이처럼 존재의 출발이자 귀착인 자연과 은밀한 소통을 꾀합니다.

오랜 날을 삭여온 수사로 시 속에 삶을 밀어올리기도 하고, 대상을 바싹 끌어당기기도 하는데요. 마름질한 언어의 피륙이 넉넉한 만큼 시상의 전개가 활달하고, 정서의 외연 또한 넓습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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