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울렛 사람]AK anne klein - 김 상 희

"연령 맞게 스타일 추천, 편안한 쇼핑 돕죠"

"옷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고객은 매장을 들어서는 순간 제 뇌리에 벌써'필'이 옵니다. 대신 단순 쇼핑객일 경우라도'내가 이 옷을 입는다'는 생각에서 최선을 다해 옷의 색깔'디자인'소재 등 특성과 어울리는 스타일을 설명하면 열에 예닐곱은 옷을 구매하게 되죠."

대구 달서구 호림동'모다아울렛'B동1층 AK anne klein의 김상희(46)씨는 이 곳의 최고 숍 마스터(매장의 판매와 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여성치곤 적지 않는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로 볼 때 붙임성 있어 보이는 김씨는 백화점 근무경력을 합쳐 23년째 여성의류판매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가 취급하는 AK anne klein제품은 뉴욕커들의 럭셔리한 스타일을 표방하는 브랜드로서 결코 만만찮은 가격임에도 신상품이 나올 때면 전화나 엽서로 안부와 제품정보를 보내고 있는 단골고객만도 1천200여명에 이른다. 김씨는 이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다.

"평일 15명, 휴일 30여명의 고객과 상담합니다. 평균시간은 30분이지만 길 때는 1시간에 걸쳐 여러 벌의 옷을 입혀 사이즈와 디자인, 그리고 컬러에 대한 코디네이션을 하죠." 처음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김씨가 가장 신경 쓰는 점은 편안한 쇼핑을 유도하는 것. 하지만 단순 아이쇼핑을 나온 고객이라도 김씨가 나서 이런 저런 코디네이션과 패션 조언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체형과 보디라인을 맞추면 그 옷을 구매하지 않고는 배기질 못한다.

그렇다고 마냥 판매에 성공하는 일은 없다. 살 듯 말 듯 하며, 트집을 잡아 약만 올리거나 천연섬유 제품을 한 달 간 입고 다니다가 올이 다 헤진 상태에서 환불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는 고객들도 있다. 1시간 동안 수십 벌의 옷을 입어보면서 매장 한 켠에 수북이 쌓인 옷들을 뒤로하고 훽 돌아서는 고객들도 있다. 그걸 정리하려면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정말 그럴 땐 기가 꽉 막힙니다. 어떨 땐 하루 기운을 쏙 빼놓기도 하죠."

이런 일이 있어도 김씨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까탈 부리는 고객과의 전쟁(?)이 일상인 그만의 판매비결이다. 대신 그 전쟁을 잘 마무리하면 해당 고객은 오히려 최고의 단골이 될 때도 있다. 그의 고객 리스트엔 한번 본 고객의 인상착의와 직업 등이 빼곡하다.

고객의 연령을 고려한 판매전략도 주효할 때가 많다. 20대 미혼 여성들에겐 노출이 심한 옷보다는 현대적이며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는 옷을 권하고 결혼한 30대 여성들에겐 출산 후 몸매변화를 고려한 치수 높은 옷을 권장한다. 또 전업주부일 땐 자기 관리를 위해 투자할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남편이 집에 들어왔을 때 '우와! 내 와이프가 저렇게 예쁘기도 했구나'할 만큼 실내복도 약간은 화려하게 입는 것을 추천하다. 또 가정사 등의 화제로 공감대마저 형성된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다. 40'50대에겐 아줌마 표 내지 말 것과 문화생활이나 모임 등에서 자기표현을 할 것을 조언하면 열에 아홉은 지갑을 열게 된다.

"물론 고객과 상담을 벌일 때 저는 절대 튀는 옷을 입지 않습니다. 무조건 고객이 저보다는 낫게 보이게 하죠. 그래서 전 평범한 무채색 계열의 옷을 즐겨 입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가 올리는 월평균 매출은 1억원대. 연봉도 1억원이 웃돈다. 양대 명절 빼고 연중무휴인 아울렛 매장에서 그는 월요일은 직원에게 매장을 맡긴다. 치열한 의류시장에서 투철한 맨투맨 서비스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앞서가는 패션감각을 통한 자기개발과 고객관리를 위해서, 또 매장 책임자로서 매출상황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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