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명학 이야기]뜻대로 안 되는 한자 이름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약 70% 정도가 한자(漢字)일 정도로 한자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한국은 중국'일본'베트남과 더불어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국가로 간판, 마을 이름, 지명 등 한자를 쓰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사람의 이름도 대부분 한자의 뜻에 맞춰 짓고 있으면서도 신생아 이름을 지을 때나 현재 사용중인 이름을 바꿀 때 사람들은 한자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자의 뜻에 맞춰 이름을 지을 때, 사용되는 한자가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어 준다는 관습적인 미신(迷信)이 바로 그것이다. 가령 새로 태어난 신생아의 이름을 지을 때 곧을정(貞)자와 빼어날수(秀)자를 써서 '정수'라 한다면 반드시 이 아이가 올곧고 바르게 성장, 사회적으로 뛰어난 인재가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여자의 이름에 비단채(綵)자와 빛날빈(彬)자를 사용했다면 성격이 비단같이 곱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혹자들은 이런 염원(念願) 뿐만이 아니라 한자의 뜻으로 사람의 재운'관운'수명까지 점친다고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은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 건강의 관리,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예절, 학문'교육의 정도이지, 결코 인명용 한자가 한 사람의 미래를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명용 한자(5천여가지)가 대법원에 의해 정해진 이유는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한자 수가 너무나 많은 점을 감안, 인명(人名)을 관리하는 구청과 동사무소의 호적정리에 편리를 기하기 위함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나라의 문자수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나라가 중국이며, 한자(漢字)는 상형문자로 하나의 글자가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문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명(姓名) 감정과 작명을 할 때 한자의 뜻과 획수에 집착을 하는 것은 그 뜻대로 되길 열망하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이름용 한자의 뜻이 좋으면 위약효과(僞藥效果)와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어 나쁠 것은 없지만 운명이 한자의 뜻대로 된다고 맹신하고 작명과 개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의 이름은 한자로 써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이름이기 보다는 소리로 부르고, 귀로 듣는 청각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 이유는 한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맹인과 어린이들이 글을 읽지 못하는 불편만 느낄 뿐이지 살아가는 데는 큰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수 많은 환경이 있으나 타인과 구별하기 위해 지어지는 이름의 환경은 한자와 같은 문자의 환경이 아닌, 귀로 듣고 반응하는 청각성(聽覺性)을 가진 소리의 환경이다.

부르는 이름은 한자(漢字)'한글과 같은 문자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영동력(靈動力)이 있다. 그 영동력은 소리의 오행(五行)과 음양(陰陽)에 의한 기(氣)의 순역(順逆) 작용을 말하며, 그 작용의 영향이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좋은 이름은 부르는 소리의 물리적인 힘을 가진 음운(音韻)과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오므려드는 음양의 작용이 선천운인 사주(四柱)와 길(吉)하게 부합돼야 한다. 작명을 할 때는 인명용 한자의 뜻을 깊게 고려해볼만 하다.

이재박(예지작명원장) 053)791-3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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