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검 경주지청 김해경 검사

"기소가 능사아니다 "…처벌보다 선도

지모(46·여)씨는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5차례에 걸쳐 무임승차를 했다가 4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내지 않은 택시비는 모두 166만3천원이었으나 누범 혐의가 적용돼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지난 3월 29일 순천교도소를 만기출소한 그녀는 대전에서 경주로, 돈이 없으면서도 또 택시를 탔다. 운전사는 경주경찰서에 고소했고, 현행범으로 체포돼 이틀 후 매번 그랬던 것처럼 또 구속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열흘 만에 풀려났다. 사건을 넘겨받아 꼼꼼히 검토한 대구지검 경주지청 김해경(사진) 검사 덕분이었다. 김 검사는 지씨가 이혼에다 잦은 수감생활로 인해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과도 연락이 두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수감 중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 이런 식으로 두면 평생을 감옥에서만 보낼 것이 불가피할 것 같았다. 김 검사는 고민 끝에 기소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처벌보다는 치료를 통해 지씨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주기로 했다. 면담 결과 안정된 주거에서 치료만 제대로 받는다면 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도 한몫을 했다.

지씨를 고소한 택시 운전사도 그녀의 기구한 삶을 이해하고 선처를 구했다. 마침 한국갱생보호공단이 경기도 오산에서 운영하는 여성출소자 생활관도 있었다. 김 검사는 지씨에게 더 이상 무임승차 등의 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지난달 11일 석방시킨 후 직원들을 오산까지 보내 입소 절차를 도와줬다.

지씨로서는 지난 십 수년에 걸쳐 처음 받아본 인간적인 대우였다. 그녀는 현재 생활관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봉투제작 작업 등 부업활동을 하며 잘 적응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직업훈련도 받는다. 김 검사는 이후 지씨의 남동생도 수소문 끝에 찾아 최근 두 사람이 전화 상봉을 할 수 있도록 해 줬다. 김 검사는 "지씨가 석방 당시 약속대로 재활을 거쳐 다시 태어나 여생을 잘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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