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B정부 지금 공직에선] (상)지방조직 개편…뒤숭숭한 관가

요즘 공무원들은 고달프다고 한다. 새 정부가 공무원 조직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순간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더 이상 예전 같은 '철밥통' 조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른 곳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지자체들은 이달 들어 정부의 지방공무원 1만명 감축안에 맞춰 조직 슬림화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자체 간 눈치보기, 끼워 맞추기식 감축 등으로 조직개편안은 겉돌고 있다. 고위직 자리는 줄이지 않고 하위직 감축에만 초점을 맞춰 실효성을 잃은 개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심하는 지자체=지자체들은 정부의 대국대과(大局大課)) 방침은 지방 조직에 맞지 않을뿐더러 일괄적인 조직 통폐합이 고유 인사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인원 감축을 제대로 못할 경우 교부세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조직개편 시늉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계획안을 마련해야 할지를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요즘 대구의 각 지자체 기획담당부서에는 늦게까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행정안전부에 제출할 인원조정과 조직개편 계획을 짜내느라 분주하지만 정작 속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행안부가 정한 마감기일(20일)에 맞춘 곳은 대구에서 북구청, 서구청 등 단 2곳뿐이었다. 대구시도 구체적인 계획안을 수립하지 못한 채 '개편 중'이라는 내용으로 보고해 사실상 시한을 연기했다. 대부분 구청은 정부 지침상 정원에서 제외되는 과원(過員) 처리를 두고 고심 중이다.

42명을 줄여야 하는 남구청의 경우 15과를 14개과로 1개 줄이는 대신 20명 미만의 과를 정부 지침대로 20명이 넘는 대과로 조직을 정비할 계획이다. 신규인력 채용을 금지하고 퇴직 등 자연적으로 정원이 감축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47명을 감축하는 중구청도 내년까지 퇴직예정 인원이 44명인 만큼 큰 조직개편은 단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당장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성로 프로젝트'에 남는 인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수성구청은 20명 이상의 대과로 조직개편의 큰 틀을 잡았지만 지난 2월 단행한 '팀' 단위 조직개편을 또다시 손대기 쉽지 않아 고민 중이다. 구청 측은 "일부 팀이 과로 편입될 수밖에 없고, 감축대상이 된 직원들의 활용방안도 고민거리"라고 답답해했다. 구청은 정원에서 제외되는 공무원들로 도로나 청소, 시책 등을 점검하는 구정추진단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무보직이다 보니 직원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도 만만찮다.

◆하급직만 대상인가?=감축대상이 6급 이하 하위직에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다. 이달 초에 단행된 행안부의 조직개편처럼 고위직 자리를 대거 줄이고 유사기능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행안부는 지난 2일 40개과를 감축하고 3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정원 3명을 줄였다.

지자체들이 감축인원을 '기술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제대로 된 감축이 되지 않는 곳도 많다.

한 구청관계자는 "지방조직개편이 지역 현실과 동떨어진 단순한 숫자 줄이기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가 별다른 고민 없이 일괄적 통폐합을 강행해 오히려 부작용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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