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깔끔한' 마무리가 순탄하지 않다.
오는 7월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물러나는 강 대표는 지난 2년간 한나라당을 이끌면서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총선 등을 무난히 치르면서 명예로운 2선후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동에 따른 민심회복 방안 등 국정쇄신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건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들이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강 대표에게 화살을 돌리자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복당문제의 매듭을 풀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압박하고 나선 것에 대해 마음고생을 적잖게 하고 있는 처지에 당내 소장파들이 지도력을 공격하고 나서자 강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강 대표는 곧바로 원 의원 등의 공격을 반박하거나 해명에 나서지 않았고 대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총리권한 강화 등 '할 말은 다했다'며 해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강 대표는 이와 관련, 22일 "그날(정례회동때) 제일 중요한 것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문제였다"고 말했다. 한미FTA처리를 위해 이 대통령에게 야당대표와의 대화를 건의하는데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국정쇄신안을 구체적으로 건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20여분간 이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총리에게 권한과 역할을 더 주는 것이 좋겠다며 책임총리제를 강조했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등의 대국민설득에 대한 건의도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만났고 대국민담화에도 나서는 등 강 대표의 건의를 모두 받아들였다. 강 대표는 이 같은 구체적인 과정을 조윤선 대변인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이에 조 대변인이 국정쇄신안을 건의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대통령에게 송구스럽다며 머리만 조아린' 대표가 됐다.
그는 "대통령이나 정부 측을 만날 때마다 당이 삿대질만 하는 모양으로 비치는 것이나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정청관계는 삐걱거리기도 하고 불협화음이 나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모양새는 좋지않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자신의 단정적인 브리핑으로 인해 강 대표가 공격을 받자 기자들에게 "강 대표의 개인적 희생이 크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자신의 국회임기 마지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미FTA비준 동의안이 야당의 반대로 불투명해짐에 따라 강 대표의 의욕도 빠지고 있다. 강 대표는 대표퇴임 후 정책연구소를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