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가

최근 한국종합사회조사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국인의 여가활동과 삶의 만족도'에 대한 조사결과는 삭막한 현대인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직장인 대부분이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주5일제 근무에도 불구하고 2006년 기준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천30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3배로 세계 1위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여행'운동 등 적극적인 여가보다는 제한된 공간에서 TV나 DVD 시청 등 혼자 보내는 소극적인 여가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TV를 시청한다는 사람이 88.3%, 인터넷'컴퓨터를 하는 사람이 74%나 됐다.

이른바 '방콕'이 주류다. 꽉 짜여진 부자유스런 시간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일상을 보내다 모처럼 맞이하는 여가도 좁은 공간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다.

단오가 다가온다. 한 해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 풍작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날이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모래찜질 물맞이를 하면서 무병건강을 빌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흥겨운 놀이판을 벌였다. 농경시대 농민들의 여가였다.

다시 시작되는 농사철을 앞두고 좋은 날에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대동단결해서 한바탕 큰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수리취떡과 쑥떡'망개떡'지짐 등을 만들어 먹고, 그네뛰기'씨름'탈춤'가면극 등 다양한 놀이판을 벌였다. 그리고 음주 가무로 온 마을을 들썩이게 했다. 기분 좋은 출정식과 같았다.

꼭히 단오는 아니더라도 대동제 같은 놀이판이 60,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선 일 년에 한두 번씩 벌어졌다. 장소는 동네 성황당 아래 공터이거나 냇가 자갈밭이거나 민둥민둥한 뒷동산이거나 자연 그대로의 장소였다. 쇠죽 끓이는 무쇠솥을 떼어와서 장작불로 고깃국을 끓이고 솥뚜껑을 뒤집어 온갖 지짐을 구워냈다. 상품 몇 개 걸어놓고 그네뛰기, 씨름판도 벌였다. 더우면 그냥 냇물에 뛰어들어 땀을 씻었다.

스트레스와 방콕에 홀로 찌든 도시인의 자화상과 극명하게 달랐다. 조사결과 각종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도시사람보다 시골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았다. 무엇이 풍요며 복지인지 생각하게 한다.

김재열 심의실장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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