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분리, 극한 상황 탈출, 공중부양, 눈앞의 사람이나 물건 사라지게 하기…. 일루전(Illusion-환영)마술이다. TV에 방영되곤 했던 미국의 일루전 마술은 아무래도 미심쩍었다. '어떻게 저 큰 물건이 눈앞에서 사라질까.' 마술사와 방송사가 짜고 카메라 트릭을 쓴 것은 아닐까?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라스베이거스 특급 마술사 릭 토마스는 자신의 마술을 눈속임이 아니라 판타지라고 했다. 어떤 카메라 트릭도 쓰지 않는다, 절단 매직쇼를 연출하다가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마술을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행위라고 했다. 릭은 상상이 현실화될 때 스스로도 놀란다고 했다.
그는 늘 상상한다고 했다. 밤에도 머릿속에서 상상이 떠들어대는 통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상상이 구체화되면 이를 현실화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제작 전문가와 함께 스케치하고 제작한다. 대량 생산품이 아닌 만큼 제작비는 엄청나다. 그렇게 10개월 동안 고민해서 만든 장비가 상상에서처럼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릭과 같은 일루전 마술사에게 특수 장비는 상상력이 창조한 배우인 동시에 마술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비제작은 상상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고 공연은 현실화된 상상을 공유하는 행위다. 23일부터 25일까지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리는 '특급 패밀리 매직쇼'(1599-1980)를 위해 그는 특수 컨테이너 6개, 10t에 이르는 대형 장비도 함께 들여왔다. 일루전 마술 중에서도 규모가 큰 라스베이거스급 정통 매직쇼라고 보면 된다.
릭은 마술을 자기 인생의 꿈이라고 했다. 7세 때 '춤추는 손수건 마술 트릭'을 선물로 받은 후 마술에 매료됐다. 13세 때 고작 5달러를 받으며 마술공연을 시작했고 18세 때 대학생 신분으로 디즈니랜드 호텔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 모든 마술사들에게 꿈의 무대인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단독쇼를 1997년부터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단독쇼는 릭 토마스의 쇼와 데이비드 커퍼필드의 쇼뿐이다.
아카데미 오브 매직 아트 올해의 마술사상, 2차례 월드 매직 어워드상, 씨어터 엑셀런스 어워드 올해의 일루저니스트상 등을 수상했다. 캐나다, 호주, 남미, 태평양 연안, 북유럽 등 전세계 30개 국 이상의 월드 투어,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 라인 등 최고급 크루즈 선상 매직쇼를 200회 이상 공연했다. '세계 최고의 일루전 마술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룬 것이다.
릭은 "우리는 모두 현실 속에 산다.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너무 빨리 현실을 이해하거나 어른들이 현실에만 몰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현실을 이유로 '너는 그걸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노력하지 마라'는 말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릭은 "나는 아주 먼곳(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왔다. 한국 관객들이 내 마술을 통해 판타지를 경험하기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잊지않고 키워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릭 토마스는 인간미 넘치는 마술가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 내내 풍기는 분위기도 그랬다. 아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손짓, 우연히 만난 맹인을 배려하는 모습은 우러난 태도였다. 미국 언론들이 그의 뛰어난 마술과 더불어 인간적 매력을 강조하는 근거를 알 만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후 모든 원하는 관객과 일일이 악수하고 함께 사진 찍는 사람이기도 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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