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법 개정 전에 옷 벗자."
경찰관 A(55)씨는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했다. 정년을 불과 2년 남짓 남기고 30년간 입었던 '경찰복'을 벗기로 한 것은 연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박봉이었지만 연금만 보고 버텼는데 법이 개정되면 지금보다 30% 정도 연금이 줄어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조금 일찍 그만두더라도 제대로 연금 받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명퇴 신청이 잇따르는 등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3년 만기 가입자의 연금지급률이 76%에서 47%로 줄어들고, 연금을 처음 받는 시기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며, 가입기간도 최대 33년에서 40년으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해 노조와 연금수급자 및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를 확정, 오는 6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년까지 버티는 것보다 명퇴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공무원들의 명퇴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찰청이 지난 15일 마감한 6월말 명퇴 신청자는 37명. 올 들어 11명이 명퇴를 했는데 상반기만 50명 가까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스스로 '옷 벗기'를 선택한 것.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16명에 비하면 올들어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대부분 정년을 1~3년 앞둔 경찰관들"이라고 했다.
교육공무원들의 동요는 더욱 심하다. 대구의 초·중등 교사 중 올 8월말에 명퇴를 하겠다고 교육청에 신청한 교원은 220명. 2월말 퇴직한 253명(초등 103명, 중등 150명)의 교사를 합치면 올해 500명 가까운 교원이 교단을 떠났거나 떠난다. 지난해 2월 58명, 8월 150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아직 명퇴 신청을 안한 공무원들은 연금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연금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면 명퇴금이 떨어지기 전에 서류를 제출하겠다는 반응이다.
한 구청 공무원은 "누가 명퇴를 신청한다느니 하는 말이 떠돌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방공무원 1만명 감축,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공무원 의지를 꺾는 일들이 이어져 사기가 말이 아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연금개혁과 관련한 오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홈페이지 팝업 안내문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연금제도 개정으로 앞으로 누적되는 연금에는 변화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연금은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공무원의 조직적인 반발은 거세다. 전국공무원노조는 2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악 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고 연금법 개정 반대 투쟁에 나선다.
전공노 대경본부 엄운용 대구시지부장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줄이는 정부안은 공무원들의 노후를 빼앗아가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정년이 5, 6년 남은 공무원의 명퇴가 줄을 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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