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133달러를 넘어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983년 원유 선물 거래 이후 사상 최고치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ℓ당 2천 원을 돌파했다. 1년 만에 거의 2배로 뛰어버린 살인적인 가격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에 정부조차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견딜 수 있는 臨界(임계)수준을 넘어선 때문인지 국민들은 오히려 '무덤덤'한 편이다.
그러나 이미 곳곳에서 비상사태는 예고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기요금부터 오른다. 정부는 "지난해 7.6%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5.5% 인상 요인이 추가 발생했다"며 두 자릿수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0% 수준으로 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경유가 휘발유값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화물차로 생계를 꾸려가는 영세업자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한국은행도 올 경제성장 전망치를 4.7%에서 4.5% 이하로 낮출 방침이지만 외신은 '4% 성장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환율 상승까지 가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문제는 高(고)유가의 심각성이 아직까지 국민 생활에 젖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가 2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도 이렇다 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는 먼 훗날 얘기다.
기름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당장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냉난방과 해외여행 자제,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전거 타기 등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정부는 이런 운동이 '국민 생활화'되도록 전면에 나서야 한다. 정부부터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안을 내놓고 이를 실행에 옮겨라. 고유가 난국을 이렇게 견디고 있다는 모범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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