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8대 국회도 '한나라당=로펌당'

'한나라당은 역시 로펌당.'

지난 17대 국회 때 소속 의원 중 율사 출신 비율이 높아 '변호사당'이라는 곱지 않은 별명을 얻었던 한나라당의 변호사당 체질이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변하지 않을 모양이다. 차기 당대표를 포함해 주요 당직 대부분이 율사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나라당의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의원은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다. 7월 전당대회에 당대표 경선에 나설 박희태 의원도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검사 출신이고, 곧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강재섭 대표 역시 출신 성분이 같다. 안상수 현 원내대표도 강 대표의 후배 법조인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강 대표가 지난 4·9총선에서 낙선, 당직을 사퇴한 이방호 전 사무총장 후임으로 임명한 권영세 총장도 검사 출신의 법조인이다. 이명규 제1사무부총장도 변호사다. 그래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면 당직도 못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나라당이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법조인의 공천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판·검사 출신 등 법조인 당선자는 정당인을 제외하고 최대 직업군이었다. 법조인은 32명으로 전체 153명의 당선자 중 21%를 차지했다. 그래서 '한나라당=로펌당'이라는 이미지는 깨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한나라당에게는 큰 부담이다.

물론 차기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선될 경우, 법조인 당대표 체제는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내 주류 측이 박 의원을 당대표로 밀고 있는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의 도전은 다소 힘겨워보인다. 정 최고위원이 며칠 전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주류 측 30여명이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나선 것도 이유 있는 항변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법조인 전성시대'라는 지적에 강 대표는 "국회가 원래 법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이 국회에 많이 진입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일부러 변호사를 많이 끌어들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법조인들이 당지도부에 많이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공무원 출신의 한 다선의원은 "정당은 다양한 사회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인데 특정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당을 이끌게 되면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국민들 눈에는 한나라당이 여전히 변호사당이자 웰빙당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18대 법조인 당선자 비율도 16명으로 20%에 달하지만 법조인의 당지도부 접수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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