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4보선 대구서구·청도 민심 살펴보니…

"정쟁 일삼는 '정치후보' 절대 안찍어"

▲ 6·4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군복유세, 쓰레기 줍기 등 톡톡튀는 선거운동으로 주민관심을 끌기위해 안간힘을 써고 있다. 23일 서구청 네거리에서 군복유세를 펼치고 있는 서구청장 무소속 손창민 후보와 북비산 네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서구시의원 무소속 나종기 후보.
▲ 6·4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군복유세, 쓰레기 줍기 등 톡톡튀는 선거운동으로 주민관심을 끌기위해 안간힘을 써고 있다. 23일 서구청 네거리에서 군복유세를 펼치고 있는 서구청장 무소속 손창민 후보와 북비산 네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서구시의원 무소속 나종기 후보.

6·4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각 후보들은 표밭을 누볐다. 선거 초반이어선지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 '무응답'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구청장과 군수를 "잘 뽑아야 한다"는 여론도 강하게 일고 있었다. 구청장과 시의원 보궐선거가 동시 실시되는 대구 서구와 군수를 다시 뽑는 청도의 민심을 취재했다.

▶대구 서구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무공천을 결정, 무소속간 세 대결이 치열하다. 구청장 선거에는 무려 8명, 시의원에는 5명이 출전했다. 22일 오전 서구청 네거리. 각 후보들은 일제히 출정식을 가진 뒤 소, 리어카, 비디오까지 동원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소 닭보듯 하는' 주민들의 표정에 얼굴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서구 민심은 분명했다. 서부경찰서 앞에서 만난 최종욱(46·비산동)씨는 "지방선거에 '정치 용어'가 완전히 사려져야 합니다. 서구가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서구를 개인의 정치적 욕심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후보는 절대 안 찍을 겁니다"고 했다.

김치억(60·원대동)씨는 "구청장과 시의원에게 정치 잘하라고 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 이웃의 어려움을 잘 살펴 구정과 시정에 반영하라고 선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등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 정쟁만 일삼는 후보 등 소위 '정치 후보'는 필요없다는 민심이 적잖았다.

어떤 후보가 서구의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인지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주민은 "후보 모두가 예비홍보물에 서구 발전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구 발전 내용은 오십보 백보, 그나물에 그밥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훈(46·서구 평리동)씨는 "후보들은 유세나 홍보물을 통해 서구가 대구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원인을 정확히 짚어줘야 한다"며 "이번에야 말로 서구발전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능력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의 사진을 선거 홍보물에 담는 등 '정치 선거'를 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청도="선거라면 지긋지긋해요. 또 선거 부정으로 청도군이 망신을 당할까 걱정스럽기만합니다." 22일 후보들의 선거전은 뜨거웠지만 주민 반응은 차분하다 못해 조심스럽기까지했다. 2004년이후 내리 4번째 군수선거를 치르는 데다 지난해 재선거에서 청도군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기 때문. 화양읍에서 만난 김범기(43)씨는 "지난 선거의 후유증으로 선거판 자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겠고 주민들끼리 만나도 선거 관련 이야기는 자제하고 있다"고 냉담한 관심을 소개했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 '청도나 화양읍 출신후보 중 한명을 고르겠다' '출신고 선배를 고르겠다' '같은 성씨를 지지하겠다'는 등 지지정당과 혈연, 학연,지연 등에 따라 민심이 엇갈렸다. 지난 연말 재선거에 대한 책임론, 한나라당 심판론도 팽배했다.

박씨 성을 가진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박희정(38)씨는 "도지사의 인척이 출마하는 등 선거판이 치열한 대결구도로 전개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후보자를 놓고 설전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화양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 연말 재선거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한나라당과 지난 연말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최소한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혼탁선거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청도시장에서 만난 김성열(60·청도군 무등리)씨는 "주민들이 혈연과 학연, 지연으로 후보들과 얽혀있어 선거에 무관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막판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돈선거 망령이 되살아 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