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감 후] I Have a Dream

최근 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색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20일 전쯤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콘돔을 구입해 사용했는데 나중에 보니 찢어져 있어서 황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래된 유머가 문득 떠오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한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큰형 이름이 왜 '아름다운 폭포'야?" "아름다운 폭포 밑에서 네 큰형을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둘째형은 왜 '달리는 사슴'이야?" "그건 걔를 낳을 때 옆에 사슴이 지나갔기 때문이지." "그럼 셋째형은 왜 '용감한 독수리'야?" "귀찮아 죽겠네, 그만 좀 물어. 이 '찢어진 콘돔'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은 뒤 이를 빗댄 네티즌 댓글을 읽다가 쓰러질 뻔했습니다. "임신이 확인되면 콘돔을 쓰겠다." 미국 축산업계가 이번 협상 결과를 놓고 '판타스틱'이라 했다지요?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종 프리온 단백질은 바이러스보다 지독한 괴물질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바이러스, 세균은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진 인간의 몸 가운데 60~80%는 세균·바이러스입인데, 이 가운데 인간에게 치명적인 것은 1%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의 종은 숙주인 인간이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깨달아, 가벼운 증세의 변종으로 진화하는 공생을 택했습니다. 반면 숙주를 쉽게 바꾸며 옮겨다닐 수 있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치명적인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세계의 스미스 요원은 인간을 지구의 바이러스라며 조롱합니다. "너희는 자연자원을 소비하면서 증식하고 또 증식하지. 너희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방법뿐이야. 이 행성에서 너희와 동일한 형태로 살아가는 다른 유기체가 있다면 그건 바이러스다. 인간은 이 행성의 질병이며 암세포다."

영화 매트릭스는 노장 사상과 불교의 심오한 인식론과 기독교의 구원론을 절묘하게 버무려냅니다. 가상현실에서 깨어난 주인공 네오가 모피어스로부터 들은 일성은 "웰컴 투 리얼 월드"입니다. 그러나 깨어보니 현실은 구질구질하며 잔인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이자 진실이기에 네오는 거짓과 환상인 매트릭스와의 위험한 싸움을 기꺼이 택합니다. 영화 매트릭스는 꿈이 현실보다 더 진짜같아, 속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현실세계는 자아가 만들어낸 꿈에 불과하니 깨어나라"고 설파한 성인들의 난해한 가르침을 쉽고 실감나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녔습니다.

이번주 주말판에는 꿈을 꾸면서 꿈임을 아는 자각몽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3년 흑인과 백인의 평등과 공존을 요구하며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을 남깁니다. 꿈 없는 삶은 희망이 없음과 동의어이겠지요. '꿈'이란 단어에 꿈(夢)과 소망(所望)이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는 데에는 깊은 뜻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번 휴일엔 아바(ABBA)의 노래 'I Have a Dream'을 들어봐야겠습니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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