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대학졸업생의 구직전쟁

구직전쟁이 인류 보편적 현상이 된 지금, 사회주의시절을 그리워하는 중국 대학생들이 많다. 우리들 기억에도 한때는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취업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대학생 전부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오전 6시에 기상하여 함께 구보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후 10시, 기숙사의 전원이 차단되면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 시절에는 단지 그러면 되었다. 구직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러던 중국대학이 완전히 변했다. 우선 대학생들의 일상이 달라졌다. 오전 6시가 지나도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다. 오후 10시,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잠들지 않는다. 불 켜진 교실을 찾아다니거나 밤새워 컴퓨터게임에 몰두한다. 오락을 즐기고 노래방에서 밤을 지새운다. 개인생활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사라지고, 소위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개인적 자유는 곧바로 사회적 자유를 유인했다. 일자리의 평등분배라는 국가책임이 개인의 '구직자유'로 대체되었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사회, 사회적 실질수요와 졸업생의 취업기대치 간의 갭이 클 수밖에 없다.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대학생 수에 비하면 일자리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의 희소성을 잘 아는 중국대학생은 스스로 너무 강한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다.

중국인민대학 대학생취업문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는 중국 대학생의 이러한 실상을 잘 보여준다. 대학생들의 직업에 대한 이상은 주로 대학시절에 형성된다. 사회여론에 따라 직업선호도가 달라진다. 소득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안정적인 국유기업을 선호한다. 실제 직업선택에서는 개인의 흥미나 취미보다는 부모님의 기대가 더 큰 작용을 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현재 중국 대학생들의 직업선택에 대한 정향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고 분석한다. 사회와 가정, 남의 시선과 자아, 현실과 이상 사이를 방황하는 아노미적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당국은 다음과 같이 취업준비와 직업선택을 지도하고 있다. 취업준비는 직업선택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직장인이 되기까지의 역할적응, 근무능력배양, 개성과 직업의 조화, 직업설계와 직업계획 등을 전반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졸업생의 직업선택은 단지 직업발전중의 첫 시작이므로 좋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길고, 많은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사회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내용이다. 국가가 배정한 철밥통 일자리에서 편안하고 안정되게 인생을 보내던 중국은 이미 사라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적으로 외부시장에 진출하는 중국인, 일자리를 찾아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벼야 한다. 우리 주변에 중국 친구들이 부쩍 많아진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다.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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