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년만에 돌아온 존스 박사…'인디아나 존스:크리스털 해골의 왕국'

'인디아나 존스' 1편(1982년)은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사의 유명한 산 모양의 로고가 정글 위에 솟은 실제 산과 오버랩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요즘 같으면 컴퓨터그래픽으로 간단하게 처리되지만 당시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랫동안 비슷한 모양의 산을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찾아 그 장면을 찍었다. 금세기 최고의 어드벤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된다.

1편 이후 26년 만에, 3편 이후 19년 만에 4편이 선보였다. 1편 이후 몇 차례 파라마운트사의 로고가 바뀌었지만, 스필버그는 4편에서도 1편의 고색창연한 그 로고를 그대로 쓰고 있다. 4편에서는 사막의 땅 속 동물의 집과 중첩되면서 시작된다. 컴퓨터그래픽을 쓸 만도 한데 그는 아날로그적인 이 오프닝에 집착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대한 그의 애착을 엿보게 하는 장면이다.

어드벤처 명품 '인디아나 존스'는 스필버그의 영화적인 환상과 상상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리즈이다. '죠스' '쥬라기 공원' 등 그의 많은 히트 시리즈중에 전편에 걸쳐 자신이 직접 연출하는 것도 '인디아나 존스'가 유일하다.

오랜 세월 신비에 가려진 보물을 찾아나서는 고고학자의 모험담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모험을 큰 줄기로 액션과 스릴, 판타지와 유머를 녹여 넣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오락과 재미를 준 것이 바로 '인디아나 존스'였다.

4편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미소의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이 무대다. 네바다 원폭실험지에서 한바탕 액션을 치른 그가 소련군에 맞서 신비의 힘이 담긴 크리스털 해골을 찾아 페루로 날아가 액션 활극을 벌이는 것이 전체 줄거리다.

1편의 성궤, 2편의 샹카라 돌, 3편의 성배 등 시리즈마다 초자연적인 유물을 쫓아 숨 막히는 논스톱 액션으로 관객을 짜릿하게 만들었던 인디아나 존스는 4편에서는 미스터리 유물 크리스털 해골을 소재로 하고 있다. 크리스털 해골을 들고 외계의 흔적이 담긴 전설 속 황금의 도시를 찾아 아마존 일대에서 벌이는 활극은 전편의 짜릿함을 그대로 잇고 있다.

해리슨 포드는 예의 가죽점퍼 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가죽 채찍을 휘두른다. 우리나이로 67세, 19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의 어눌하면서 능청스런 매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1편에서 독일군과 당차게 싸우며 존스와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던 마리온(카렌 알렌)이 등장하고 거기에 아들인 존스 3세(샤이아 라보프)까지 등장한다.

결혼식 1주일을 앞두고 떠나는 바람에 존재조차 몰랐던 인디아나 존스 3세는 오토바이에 재크 나이프, 머리빗을 들고 나타났다. 고약한 성격에 물불 안 가리는 것이 인디아나 존스 2세를 그대로 빼닮았다. 3편에 나왔던 인디아나 존스 1세(숀 코너리)까지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숀 코너리가 고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마치 식탁에서나 있음 직한 집안싸움이 액션 한가운데서 벌어지는데, 할아버지까지 가세했으면 점입가경이었을 것이다.

스필버그도 여전히 고밀도 유머와 고감도 액션을 버무렸다. 초반 네바다에서 벌어지는 액션에서 해리슨 포드가 '아파(아우치!)'라고 내뱉는다. '아우치!'는 영화 '이티'에서 지구에 온 이티가 아파하면서 한 유명한 대사다. 이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외계의 생명체를 그리게 하는 센스, 역시 스필버그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또 거대한 정부문서보관소는 1편에서 성궤가 미확인 물체로 분류돼 저장된 곳이다. 군용트럭이 부딪치면서 박스 하나가 부서진 채 널브러진다. 카메라가 그 틈을 비추는데, 바로 성궤가 그 속에 있다.

스필버그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한 액션으로 영화를 이어간다. 사실 디지털은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상상의 장면을 구현시키는 기술이지만, 과도한 남용으로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스필버그는 이런 점을 간파해 그래픽이 아닌 고풍스런 맛으로 승부를 건다. 1편의 뱀과 2편의 벌레, 3편 쥐떼에 이어 이번에는 개미떼가 나타나고, 뱀도 나온다.

고고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유물 파괴, 냉전 이데올로기 등 심각한 시선을 버리는 것이 좋다. 스필버그도 그런 염려가 되는지 인디아나 존스가 칼을 슬쩍하다가 다시 되돌려 놓기도 한다.

3편 이후 "더 이상의 '인디아나 존스'는 없다"고 했던 스필버그가 4편을 들고 오면서 묘한 말을 했다. "관객이 원하면 시리즈는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에서도 이런 의도가 곳곳에 보인다.

3세의 출현과 함께 역할도 커진 것이다. 오토바이를 몰고, 타잔식 정글 모험도 서슴지 않으며, 칼과 총으로 활약하는 신세대 인디의 활약이 기대된다. 인디아나 존스가 애지중지하던 중절모를 과연 인디아나 존스 3세가 쓸 수 있을까. 아마 '관객이 원하면?', 곧 영화의 흥행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121분. 12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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