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무살 '늙은' 아파트…재건축할까 리모델링할까

▲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열기도 식어들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중인 북구 복현동 일대 저층 아파트들.
▲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열기도 식어들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중인 북구 복현동 일대 저층 아파트들.

'아파트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지난 2006년 재건축을 노리고 오래된 아파트를 사들인 김모(43)씨는 언론에서 아파트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많다. 2억6천만원을 주고 구입한 110㎡(32평) 아파트 가격이 3천만원이나 곤두박질 친데다 재건축 일정도 불투명하기 때문.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건축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20년 된 아파트 어떻게 할까

IMF 이후 부동산 시장 기지개는 재건축과 함께 시작됐다. 입주 20~30년이 지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꿈틀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기 시작한 것. 재건축 아파트는 '묻지마 투자' 대상이 되며 재건축 일정에 따라 몇달 새 수천만원씩 가격이 오르곤 했다.

실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대구 지역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전체 가격은 90%나 올랐고 일부 단지는 200% 가까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일단 준공 연도를 기준으로 20년 이상된 아파트는 재건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대구에서 88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는 177개 단지에 4만9천700가구. 지역 전체 아파트 49만가구의 10%에 해당된다. 이중 재건축이 실제 진행된 단지는 전체의 20% 정도.

대구시 도시재생팀 관계자는 "재건축 가능 아파트 중 사업이 추진중인 곳은 94곳이며 이중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곳이 37곳 정도"라며 "현재까지 이주와 철거를 끝내고 착공한 곳은 16개 단지며 입주를 마친 곳은 4개 단지"라고 밝혔다.

2000년 이후 저층 아파트마다 재건축 현판이 내걸렸지만 사업 완료를 마친 재건축 단지 수가 이처럼 적은 것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탓이다.

◆재건축이 대안인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이 가능하려면 우선 '돈'이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가구수 대비 대지 지분이 많아야 하고 분양에 들어갈 경우 분양가를 일정 수준까지 받을 수 있는 입지여야 하는 것. 수성구 황금 주공(3천800가구)과 성당주공(2천700가구), 평리주공(1천700가구), 송현주공(1천600가구) 등이 대표적인 단지들이다.

재건축 착공에 들어간 단지들의 용적률은 100% 안팎으로 현행 건축법상 3종 주거 지역일 경우 재건축에 따라 280%까지 용적률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곳은 주로 주택공사나 도시공사에서 분양한 아파트로 이미 대구에서는 대부분 조합 설립을 했거나 착공에 들어간 상태.

또한 단지내 가구수가 기본적으로 500가구 정도를 넘어야 사업성이 높아진다. 재건축 컨설팅 업체인 주성의 김점균 대표는 "대구 지역에서 사업성이 있는 재건축 단지는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며 "그렇지 못한 곳은 대부분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라고 밝혔다.

용적률이 낮은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이 된다면 조합원들은 상당한 이익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화성산업이 시공중인 송현 주공 재건축 단지의 경우 43㎡(13평)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이 보상받은 가격은 1억2천만원 정도며 재분양 가격도 일반 조합원보다 10% 정도 낮게 책정됐다. 2000년 초반 5천만원 정도에 아파트를 구입한 조합원이라면 최소 1억 이상의 투자 이익금을 돌려받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 재건축 시장의 '체감 경기'는 한겨울이다. 사업을 추진하다 사실상 중단된 단지가 많고 가격도 많이 내린 탓이다.

수성구 범어동 중개업소인 부동산 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 중 사업성이 그나마 좋은 단지로 평가받는 범어동 한 아파트의 경우 2억8천만원까지 올라갔던 110㎡형 가격이 2억3천만원대까지 떨어졌다"며 "그나마 매수자도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수성구를 제외한 타 단지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조합이 설립됐고 시공사가 선정됐지만 분양 시장이 바닥을 헤매면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조합 설립은 됐지만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것.

특히 5층 미만이지만 용적률이 120~130%를 넘거나 8층~10층 이상의 중층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은 더욱 쉽지 않은 것이 현실.

◆ 그렇다면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어려운 중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리모델링 사업'.

범어동 경남타운이 대구 1호 리모델링 아파트로 현재 건축 심의까지 끝내고 사업이 진행 중이며 80년 중후반 이후 건립된 지산 범물이나 상인동의 중층 이상 아파트들이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 경남타운은 리모델링을 통해 110㎡(32평)와 139(42평)㎡ 규모 아파트 면적을 30~40㎡(10여평)씩 확장하게 되며 지상 1층을 필로티로 전환하고 12층을 13층으로 올리게 된다. 증축에 따른 비용은 1억에서 1억3천만원까지다.

동우 E&C의 전영구 상무는 "리모델링 비용은 개축 면적과 마감재에 따라 3.3㎡(1평) 당 2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나오게 되며 결국은 리모델링 이후 아파트 가격이 원가 이상 올라가야 사업이 가능하다"며 "대구에서는 몇개 단지를 빼고는 현재로선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소규모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대구시에서 추진중인 뉴타운 사업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

시가 추진중인 도심 재정비 촉진 사업은 도심지 노후 주거지를 20만~50만㎡ 정도 대규모로 묶어 서울 뉴타운 개발 방식을 적용해 신주거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으로 현재 신암동 일대에서 추진중이며 대구시는 연차적으로 구도심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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