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질병이 되는 꿈·영감을 주는 꿈…꿈의 두얼굴

◆ 질병이 되는 꿈

자각몽과는 정반대로 꿈꾸는 내용을 전혀 인식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몽유병이 대표적인 사례.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의미 없는 말을 마구 뱉어내거나 거리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운전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고. 악몽이 실제처럼 일어나는 상황을 '렘수면 행동장애'라고 한다. 꿈을 꾸면서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폭언을 하거나 마구 때리는 수면장애 환자도 있다. 렘수면에서는 안구 운동과 호흡기 근육을 제외하고는 모든 근육활동이 멈추는 것이 정상. 하지만 운동신경을 관장하는 대뇌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 움직임이 자유로워져 꿈처럼 현실의 몸도 움직이게 된다.

'수면 중 폭식증후군'도 있다. 말 그대로 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냉장고를 뒤져 음식을 마구 먹어대는 것.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이 증세를 미국 식품의약국은 수면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증세로 본다. 심지어 잠든 상태에서 돌아다니며 성관계나 자위행위를 시도하는 몽중 섹스 또는 '섹솜니아(sexomnia)' 환자도 있다.

경북대병원 수면클리닉 이호원 교수는 "아직 의학적 또는 과학적으로 꿈을 꾸는 이유를 명확히 알아내지 못한 상태이며, 꿈이 갖는 의미와 꿈에 의한 병적 현상의 원인도 아직 완전히 밝혀내지 못했다"며 "다만 렘수면 행동장애의 경우, 약을 복용하면 일주일 만에 증상이 사라지는 등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 영감을 주는 꿈

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영감을 얻기도 한다.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꿈 속에서 들은 선율에 가사를 붙여 '예스터데이'를 만들었다. MIT 수학자 도널드 뉴먼은 며칠간 풀지 못하던 문제를 꿈 속에서 만난 천재 수학자 존 내시(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제 인물)의 설명을 듣고 풀게 됐다고 한다. 골프 황제 잭 니클로스는 슬럼프의 원인을 꿈 속에서 찾았다. 어느 날 꿈 속에서 원하는 대로 공이 맞아서 잘 살펴봤더니 평소와 달리 클럽을 쥐고 있었다는 것. 현실에서 꿈 속의 그립을 그대로 적용했더니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도 1869년 어느 날 표를 만드는 문제로 씨름하다가 지쳐 잠든 뒤에 꿈 속에서 표를 보았고, 깨자마자 그대로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잘못된 부분은 하나뿐이었다고.

꿈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꿈을 해석하는 방법에서 프로이트와 융은 사뭇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가령 죽는 꿈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에 대해, 프로이트 학파는 아버지를 죽이고픈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융 학파는 새로운 출발, 영적인 성장, 기존 자신의 모습을 벗어나려는 징조로 해석한다. 세계꿈협회 초대 회장인 제레미 테일러 미국 버클리신학대학원 교수는 꿈을 '무의식의 표현을 이해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의미 없는 '개꿈'은 없으며, 현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신호가 꿈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처한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특정한 대상이 등장하는 꿈을 일반화시켜서 지나치게 길흉화복의 길조 또는 흉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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