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코멘트] 고유가 시대에 적응하는 길

가파르게 오르던 석유 값이 마침내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다. 자원이 유난히 적은 우리로선 무척 걱정스럽다. 안타깝게도, '광우병 파동'의 광풍에 휩쓸려, 우리 사회에선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석유 값이 쌌던 시절은 영원히 지나갔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생활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석유의 공급은 수요에 맞춰 늘어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삶에 재앙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여서 경제가 적응하도록 도울 터이기 때문이다.

석유 값이 오르면, 석유 매장량은 늘어난다. 매장량은 현재의 기술과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값이 오르면, 채굴이 어려워서 비경제적이었던 유전들이 경제적으로 되어 매장량이 늘어난다. 다른 에너지 원천들도 보다 많이 나올 터여서, 석유의 값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편으로는 사람들이 석유를 아껴 쓰게 된다. 기술의 발전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세계의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는, 즉 단위 생산량에 쓰인 에너지의 양은, 해마다 1.5%가량 줄어든다. 석유 값이 오르면서, 에너지 집약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은 오른 석유 값에 맞추어 자신들의 행태를 조정한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자동차를 몰던 사람들이 값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높은 석유 값에 맞추어 자신들이 행태를 조정하는 것을 돕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런 행태의 조정은 본질적으로 에너지의 절약을 뜻한다. 에너지의 절약은 경제적 이득을 뜻할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원천적으로 없앤다.

기본적 조치는 세금을 통해서 에너지의 값을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의 값보다 에너지에서 얻는 혜택이 크면, 사람은 에너지를 쓰게 마련이다. 따라서 연료와 전기의 값을 올리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쓰도록 하는 유일한 길이다. 에너지 값을 올리는 조치는 소비자들의 거센 저항을 받을 터이므로, 소득세를 내리는 조치가 함께 나와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확대하는 일이다. 대중교통이 보다 편리해지면,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에너지 절약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나오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소비자들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들을 실천하려 해도, 실익에 비해 거래 비용이 너무 크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설들에 대한 투자는 여러 해에 걸쳐 회수되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길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에너지 서비스 회사(energy-service company: ESCO)'는 높은 거래 비용을 떠안고 투자까지 대신 해주고 절약된 에너지를 회수해 간다. 개별 소비자들은 신용이 낮으므로, ESCO들과 지방 정부가 협력해야,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준비를 통해서 우리는 높은 석유 값이 우리 삶에 너무 짙은 그늘을 드리우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과 지방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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