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를 보자] 원빈 주연 '우리형'

KBS 1TV 26일 0시 50분

형제가 있다.

형이 동생에게 말을 한다. "내 소원이 하나 있는데, 형이라고 한번만 불러줄래? 내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러나 동생은 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둘 사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12살엔 원수였고, 20살엔 나의 전부가 된 우리 형.' 부산토박이이자 '친구'의 조감독 출신인 안권태 감독의 데뷔작 '우리 형'의 광고카피이다. 원수가 따로 없는 형제의 갈등과 화해의 메시지를 잘 담고 있는 문구다.

1990년대 후반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연년생의 형제가 다니고 있다. 그러나 생긴 것이며 하는 짓이 전혀 딴판이다. 잘 생긴 얼굴에 싸움까지 잘하는 '싸움 1등급' 동생 종현(원빈), 착한 짓에 공부도 잘하는 '내신 1등급' 형 성현(신하균)이다.

형은 구순구개열, 일명 '언청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여러 번 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입과 코에는 흉터가 남아 있다. 그 바람에 소심하고 여리게 커 온 형이다. 어머니(김해숙)는 그런 형만 편애한다. 형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에 전념하고, 형만 사랑하는 어머니가 미운 동생은 말썽만 피운다.

어느 날 두 형제가 동시에 최고의 퀸카 미령(이보영)에게 반하면서 둘의 갈등은 더욱 깊어만 간다.

'우리 형'은 누구나 겪었음직한 형제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다. 사실 형제는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적이자 동지이다. 형은 동생을 보살피고, 동생은 형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서열이다. 그러나 형제는 기본적으로 경쟁과 갈등을 겪는 대상이다.

'우리 형'은 이런 갈등의 벽을 극단화하고 있다.

형제의 대립과 화해가 가벼운 에피소드로 반복되고, 가족애가 노골적으로 부각됐다는 지적을 받은 영화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아들 둘을 키우는 강한 어머니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형제가 친구를 폭행하는 바람에 교무실에 불려간 어머니가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수모를 받으며 참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연기력을 겸비한 톱스타 원빈이 꼬박 일주일 동안 밤을 새워 연기한 골목길 하이라이트 신이 유명하다. 강원도 출신인 원빈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껄렁껄렁한 고교생으로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원빈의 인기에 힘입어 2005년 5월 일본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KBS1TV 26일 0시50분. 112분.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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