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인연(因緣)

재판은 이해관계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이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서로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재판 중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참으로 힘든 상황에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생활 속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 중에서도 악연에 가깝다고 해야겠지요.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참으로 좋은 인연으로 변화시키는 분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기쁨을 느끼며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뜻과 생각을 오해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는 참으로 큰 불행입니다. 이런 불행이 악화되어 해결방법을 쉽게 찾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법원이나 경찰 등을 찾게 되는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고 설득하면서 기다리는 과정을 힘들게 겪으면서 계속적으로 화해를 시도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믿음을 갖게 됩니다.

예전에 이혼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나 절실히 깨달았기에 가족과는 도저히 헤어질 수 없다면서 이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사자를 만났습니다. 힘든 인연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정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의논하고 고민하면서 약 3년에 가까운 기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진솔한 반성과 뒤늦게 깨달은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정만이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가족들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대하여 결국 화해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의 마음을 설득하는 경우가 모든 가족을 평화 가운데로 이끌어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 반면에 자신의 잘못보다는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며 주변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거나 음모라고 몰아세우면서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만 그런 분들에게는 사실 믿음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앞서게 됩니다.

불행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 한 번 보고나면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러한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 것입니다. 특히 어려움 속에서도 겸손한 모습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을 다음에 만나면 얼마나 기쁘고 소중한지 모릅니다. 또 그런 분들은 어려운 처지에서 쉽게 일어나 새로운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진솔하고 겸손한 마음을 보인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며 자신의 희망도 곧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것입니다.

김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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