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다 돌아다녀봤는데 이렇게 지저분한 곳은 처음 봤어요."
25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 영남이공대. 이부자리, 돗자리, 물통, 일회용 도시락 용기까지…, 후문에서 대운동장까지는 거대한 쓰레기장을 연상케했다. 야광봉을 팔러 전국의 콘서트장을 다녔다는 50대 상인 2명은 쓰레기로 뒤덮인 교정을 보며 혀를 찼다.
TBC 개국 13주년을 기념해 열린 '러브판타지 콘서트'는 한 수 낮은 대구의 공연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현장이었다.
대구지역 중·고교생 300여명은 선착순으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콘서트 전날인 24일 오후 9시부터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다. 이날 새벽부터 몰리기 시작한 인파는 오후 2시에 절정을 이뤘고 교문밖 앞산관광호텔까지 줄이 이어졌다.
김경모(17·달성고 1년)군은 "친구 5명과 함께 오전 4시에 일어나서 5시쯤 왔는데 이미 200m 정도 줄이 늘어서 있었다"며 "새벽에 질서유지요원이 없어 새치기 등으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최측도 입장시간을 앞당겨 오후 2시 30분부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만 가득했다. 자원봉사를 맡은 영남이공대 학생들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대운동장 입구부터 교정 후문까지 이어진 쓰레기더미를 치웠다. 강용신(21·영남이공대 2년)씨는 "질서유지인 줄 알고 자원봉사에 참여했는데 이럴 줄 몰랐다"며 쓰레기더미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주민들도 불편을 겪은 건 마찬가지. 줄을 서느라 인도까지 점령해버린 입장객 탓에 휴일 오전부터 통행 불편에 소음까지 시달려야 했다. 주변 주택가에 사는 최모(34)씨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늘어서 있어 위험해 보였다"고 했다.
무료 입장권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장당 2만~3만원에 암표가 팔리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주얼리,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했고,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에 시작돼 자정이 거의 다 돼 끝났다. 경찰과 주최측은 1만3천여명이 콘서트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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