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비주류'였던 홍준표 의원이 정치 입문 13년 만에 집권여당 원내 사령탑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당선 일성(一聲)은 '즐겁고 재미있고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겠다'였다. "정치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기분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만났다.
그가 공언하고 나선 '신명나는 정치'의 첫 시험대는 당내갈등의 핵심인 친박인사들의 복당문제다. 그는 27일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자신의 복안을 전하고 박 전 대표의 의중을 타진하기로 했다.
-복당문제를 풀 수 있는 복안은 무엇인가.
▶박 전 대표 측에 면담신청을 했다. 강재섭 대표 등 지금의 지도부와 (복당문제에 대한)생각이나 시각차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원내대표가 아니다. 내 임기는 5월30일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그때 복안을 말할 작정이다. 그러나 그 전에 조정이 될 것으로 안다.
복당은 기본적으로 환지본처(還之本處), 이른바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한나라당적을 갖고 있으면서 공천 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사람을 받아들이는게 복당이다. 박 전 대표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경선때 중립적 위치에서 박 전 대표를 잘 보호해주지 않았느냐.
-처음으로 집권여당의 최대 실세가 됐다.
▶나는 실세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능력이 입증되면 실세다. 대통령의 권위를 업어서 된 실세는 대통령 끈이 떨어지면 하루아침에 '허세'로 전락한다. 검사와 국회의원 생활 25년 동안 남의 힘을 빌려 자리를 차지한 적이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
한나라당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국회 부의장, 박근혜 전 대표의 이름을 빌려 행세하려는 이른바 '차명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혀 뉴스에 나오는 것, 이 부의장 이름을 빌려서 한자리하겠다고 하는 것, 박 전 대표 이름을 빌려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것, 이것은 비겁하고 비열한 정치이며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지켜보겠다.
-차기 대표경선에 박희태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차기 지도부는 어느 분이 되더라도 당내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할 수 있는 분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화합형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야당과의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 전략은 무엇인가.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장을 2년간 하면서 단 한번도 표결처리한 적이 없다. 모든 사안을 여야가 협의하고 조율, 합의처리해왔다. 소수당을 배려하는 그런 정치를 하면 싸울 일이 줄어들 것이다. 상임위 배정의 경우 국가경영의 근본에 해당하는 법사위 등의 상임위는 여당이 맡는 게 관례다. 나머지 상임위는 야당과 충분히 상의해서 배분하도록 하겠다. 원칙적으로 의석수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 주호영 수석 부대표와 잘 협의해서 야당과 협상하겠다.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함에 따라 원구성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야단일 구도보다 1여2야 구도가 오히려 원 구성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 선진당은 한나라당과 이념상 별 차이가 없고 선진당이 중재자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8대 국회의 우선적인 과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18대 국회에서는 이것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안정도 차기 국회의 시급한 과제다.
-한반도대운하를 4대강 치수문제로 변형,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근본적으로 치수 문제다. 대구의 상수원이 낙동강인데 수질이 안 좋다. 구미 위쪽으로 취수원을 옮기려고 하는데 3, 4월이 되면 건천이 돼서 수자원이 절대 부족하다. 운하와 연결시키지 말고 치수관리와 환경보호, 수자원 확보차원에서 낙동강 치수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환경을 파괴하는 형태의 개발은 절대 안 된다.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때가 되면 국가경영을 한번 해보고 싶다. 서울시장에는 미련이 없다.
홍 차기 원내대표는 18대 국회에서 국방위를 희망했다.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상임위라는 것이 이유였지만 경력관리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그는 언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검사를 그만둔 것이 1995년 10월인데 그 때 깡패들이 엄청나게 협박을 해댔다"면서 "제도권에 들어가야 내 가족부터 보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권의 영입제의에 응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나도 대구사람"이라면서 "나도 이제는 대구에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앉았다. 고향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할 생각이니 잘 부려먹어 달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