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아야 팔린다" 소형 아파트의 부활

주택시장 꾸준한 수요…건설사 다시 분양 눈돌려

▲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분양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99㎡형 아파트 청약률이 100%를 넘어선 북구 침산동 쌍용예가 모델하우스. 윤정현 인턴기자
▲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분양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99㎡형 아파트 청약률이 100%를 넘어선 북구 침산동 쌍용예가 모델하우스. 윤정현 인턴기자

주택 시장에 '소형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한동안 주택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 경쟁이 불붙었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사라졌던 소형 아파트가 '틈새 상품'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

시공사 관계자들은 "소형 아파트는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미분양 부담을 중대형보다 줄일 수 있어 소형 아파트가 분양 시장에 재등장하고 있다"며 "소형의 등장에는 발코니 확장으로 기존 소형 아파트보다 집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기 끄는 소형 아파트

이달 초부터 분양에 들어간 북구 침산동 쌍용 예가 단지. 분양 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고 이 단지 전체 청약률이 20%를 조금 넘어섰지만 분양 면적 기준 99㎡형(30평)은 청약률이 100%를 넘어섰다. 99㎡형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주방과 거실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확장하지 않은 110㎡형(33평) 보다 오히려 실내 면적이 넓은데다 가격은 110㎡형에 비해 2천만원 이상 저렴한 때문.

쌍용건설 반왕건 분양 소장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99㎡형 아파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며 "발코니 확장을 했을 경우 분양 가격이 2억2천500만원으로 주변 기존 아파트 110㎡형보다 분양 가격이 낮은 것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시 도시재생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사업승인을 접수한 재건축 아파트 7천300가구 중 99㎡형(30평) 이하 아파트가 932가구로 전체의 15%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대구 지역 입주 아파트 1만9천가구 중 99㎡형 이하 가구가 150여개로 전체의 1% 비율도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셈.

특히 남산 4-4지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는 2004년 이후 분양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60㎡형(18평) 아파트까지 분양할 계획으로 시에 사업 승인을 신청했다.

대구시 도시재생팀 박영홍 팀장은 "현재 대구 지역 전체 미분양 아파트 1만6천여가구 중 110㎡(33평)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르고 있고 80㎡ 미만 소형 아파트는 거의 없다"며 "최근 분양 시장에서 110㎡형 아파트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99㎡형 미만 소형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GS 건설은 이미 사업 승인을 받은 중구 대신 2-2 지구 아파트의 소형 평형 비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분양 예정 959개 가구 중 110㎡형 아파트 비율이 60%였으나 99㎡형을 추가해 중소형 비율을 70% 가까이 올려 내년 상반기에 분양할 계획이다.

◆작은 집의 경쟁력

소형 아파트는 내년 이후 대구 분양 시장에서 '주 테마'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분양 가격이 낮아 미분양 부담이 줄어드는데다 최근 몇 년간 공급량이 적어 중대형에 비해 수요층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입주한 1만9천400가구 중 99㎡ 이하 아파트는 불과 940가구. 이중 60㎡형 미만 아파트는 150여개로 분양 시장에서 이미 '희귀' 아파트가 됐다.

특히 1인 가구와 노령 인구 증가도 소형 아파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분양 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경제력을 가진 독신자가 늘고 있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은퇴자 비율도 해마다 늘고 있으며 이들이 소형 아파트의 주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원룸의 경우 편의 시설이 부족하고 방범 문제가 있으며 중대형 아파트는 관리비 부담이 비싼 단점이 있어 소형 아파트는 꾸준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성구에서 최근 몇 년간 입주를 마친 범어동 유림 노르웨이 2차 단지와 황금동 캐슬골드파트 단지 내 70~90㎡형 소형 아파트는 시장 침체에도 불구 분양 가격보다 매매 가격이 10~20% 이상 올라가 있으며 전세 물량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중대형에 비해 10~20% 정도 떨어지는 탓에 소형 아파트 분양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월드건설 권상원 부장은 "80㎡(20평형대) 아파트도 화장실 두 개에 주방과 방이 2, 3개 있는 만큼 중대형을 지을 때보다 3.3㎡당 공사비가 15% 이상 더 들어가게 된다"며 "소형 아파트 특성상 분양가를 높이기도 만만치 않아 시공사로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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