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3월 4일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제32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대공황은 3년8개월째 계속되어 미국 경제는 중환자나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노동인구의 근 3분의 1인 1천300여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천개의 은행과 수만개의 기업이 도산했으며 많은 가족이 해체되고 餓死者(아사자)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루스벨트는 취임 다음날부터 붕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100일회의의 대장정에 돌입했다.100일동안 매일 주요각료와 참모들의 회의를 주재하고 경제회생을 위한 뉴딜정책(New Deal)을 각분야별로 성안해 의회에 넘겼고 의회에서는 여야가 하나가 되어 이를 신속하게 입법화했다.
루스벨트가 뉴딜정책을 펼쳐 미국의 죽은 경제를 살리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다음 2가지에 공을 들여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국민의 협조 없이는 어떠한 일도 성공할 수 없으며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하는 일을 낱낱이 알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과의 대화,즉 정확하게 알리고 다양한 의견을 성의있게 듣는 疎通(소통)만이 國難(국난)극복과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지름길이라고 본 것.국민과 하나가 되어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매주 2회씩 기자회견을 가졌고 수시로 라디오방송을 통해 爐邊情談(노변정담·Fireside Talks)방식으로 주요시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협조를 호소했다.루스벨트는 12년간 재임중 매회 20~30분씩 총 30회의 노변정담을 했다. 매회 평균 청취율은 80~83%.국민의 80여%가 같은 시간에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은 국민이 대통령의 말을 그만큼 신뢰했고 나아가 국민과 대통령이 하나가 됐다는 얘기가 된다.
필자가 대공황으로 붕괴된 경제와 나라를,대국민 설득 설명 이해를 통한 신뢰구축과 국민통합을 이룩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마련,민생안정을 실현시킨 루스벨트의 얘기를 새삼 길게한 것은 60~70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 참으로 귀중한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않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수입 결정에 따른 반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민을 쉽게 생각한 정부의 안이한 자세로 인해 자초한 것이다.
쇠고기협상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해오던 것이어서,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아 방심한 것인가.
정부 특히 농림당국이 미국과 합의한 직후 일회성 발표만 요란하게 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것은 한심하다. 국민의 식생활 및 건강과 직결되고 국내 농축산업에의 영향과 보호 등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정치권은 물론 국민각계를 상대로 합의내용과 수준, 광우병대책 등에 관해 거듭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인터넷과 문자 메시지,전단지 등을 통해 怪談(괴담),怪說(괴설)이 마구 번지고,농민 시민단체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이 우려를 하자 당국이 뒤늦게 허둥대며 안전을 강조했으며,결국 반발여론 덕분으로(?) 비록 외교서한 형식으로나마 검역주권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 등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정부-농림당국의 무사안일로 인한 쇠고기파문은 한미자유무역협정안(FTA)의 국회비준 등 해야할 일들이 산적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반발여론이 확산되는데도 엉거주춤하며 청와대쪽만 쳐다본 집권당인 한나라당도 책임이 크다.
미국과 쇠고기수입에 합의한 직후 정부를 독려해 대국민 계몽과 함께 대야설득을 끈덕지게 폈어야했다. 여전한 눈치보기 속에 집안문제에 매달리다가 이대통령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17대 마지막 국회를 열었으나 새정부가 경제회생과 일자리창출 등과 관련해 속을 태우는 한미 FTA비준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노무현정부 때 집권당으로 FTA합의에 동의했던 통합민주당이 인제와서 쇠고기수입과 연계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파문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끝내는 취임 88일 만에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해야만 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고…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한 것은 원인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다.
사실 대화-소통은 힘든 苦行(고행)이다.하지만 그러한 고행을 감수하지 않고는 어떠한 일도 할 수없는 것이다. 그저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하고 따라오라는 방식은 옛날얘기다.
국회에서 농림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고 쇠고기파문이 일단락되는 것은 아니다.이제부터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병든소는 철저하게 가려내는,검역주권을 행사하는 한편 국민설득에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오는 6월 3일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한 지 100일을 맞는다. 다음날(4일)엔 52명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비록 지방관련 재·보선이지만 이명박 정부 100일에 대한 첫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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