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팀이 새겨들어 볼 '등대 이야기' 2편.
칠흑같이 깜깜한 바다를 항해하던 전함 앞에 멀리서 자그맣게 깜박거리는 불빛이 나타났다. 전함의 장교가 조그만 배가 마주 다가오는 것으로 짐작하고 경고방송을 보냈다.
"비켜라. 이쪽은 사령관이 타고 계신 큰 배다. 빨리 비키지 않으면 너희가 파선된다."
그러자 저쪽 불빛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가 비켜라. 이쪽은 비켜줄 수가 없다."
전함에서 다시 경고를 보냈다.
"반복한다. 우리는 전함이고 사령관이 타고 계신다. 빨리 비켜나라."
작은 불빛이 어둠 속에서 대답했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 탄 큰 배라도 우리는 비켜줄 수 없다."
그리고 잠시 후 계속 덩치만 믿고 직진하던 전함은 조그만 불빛의 코앞까지 다가가서야 혼비백산했다. 자그마한 불빛의 정체는 허름한 고깃배가 아니라 등대였던 것이다. 정지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전함은 등대 바위 앞에서 침몰해버렸다.
삼성그룹 본관 25층에는 지난 1분기에만 2조 원 이상의 수익을 냈던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실이 있다. 그 회장실 앞 복도 엘리베이터 입구 벽에 이런 포스터가 붙어있다.
'우리에게 등대는 없습니다. 창조적 혁신, 미래 변화의 주도는 우리 스스로….'
두 가지 등대 이야기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패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속성과 가야 할 길을 보게 된다.
MB호는 좌파로 기운 좌표와 무능한 항해팀에 의해 난파 직전까지 몰려있던 칠흑의 바다로부터 희망의 바다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민심의 浮力(부력)에 의해 띄워진 배다. 그러나 출범 초 개각과 총선 공천에서부터 MB호는 등대의 존재를 무시하고 주어진 메시지를 잊어버렸다.
'우리는 500만 표를 더 얻어낸 거대하고 힘센 전함이고 우리 배의 선장은 신화를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이다'는 자만에 찼다. 앞길을 막는 것은 어떤 존재든 나보다 못나고 보잘것없는 것들인 양 아래 옆과의 소통을 외면했다.
자그만 불빛쯤은 고깃배의 하찮은 저항쯤으로 착각해 가르치려 들고 깔보며 밀어붙이고 나갔다. 말이 앞선 설익은 정책들로 국민들을 모르모트처럼 다루었다. 오만이었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지니는 정치력의 한계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항해 100일도 안 돼 민심이란 등대 앞에 좌초당하고서야 고개 숙인 MB 선장은 삼성전자 엘리베이터의 '우리에게 등대는 없습니다'는 구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곰곰 생각해 보시라. 등대만 쳐다보고 따라 가면 고만고만 정해진 항구에는 닿긴 한다. 그러나 등대라는 믿는 구석이 있으면 새로운 길을 찾는 고통스럽고 귀찮은 창조적 혁신, 미래 변화를 주도할 도전과 개혁 정신은 나오지 않는다. 낼 필요도 없다. 등대만 따라가면 그만인 조직에서 창조적 미래의 변화는 없는 것이다.
광우병 하나에도 서로 네탓 내탓 하며 우왕좌왕하는 한심한 부하 장관들에게 새 정부의 창조적 혁신'미래 변화의 정신을 끌어내려면 답은 하나다. MB부터 매끄러운 말로 미주알고주알 이래라 저래라 길을 암시하고 제시하는 등대 같은 역할을 멈춰야 한다. 다시 말해 MB 스스로 등대의 불을 끄라는 얘기다.
CEO형 대통령이 계속 등불을 들고 '이쪽으로 가라'며 다그치고 있는 한 부하들에게는 눈치와 핑계만 늘 뿐 도전과 창조적 미래 動力(동력)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MB는 등댓불을 끄고 모든 부하들을 칠흑 같은 바다에 띄워 놓으라. 그리고 하찮은 작은 불빛 하나까지도 네가 비켜라 하기 전에 나의 변화를 통해 비켜가는 겸허한 머슴의 자세로 항해하라. 민심이라는 물이 빠지면 아무리 선장이 똑똑하고 큰 배라도 뜰 수 없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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