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걸어서 간 사람이 그 대단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었는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산을 오르고, 끝없이 펼쳐진 뜨겁고 건조한 사막을 건너는 것이 가장 힘든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거의 포기할 뻔하게 한 것은 신발 속의 모래였습니다"라고 그는 답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신발 속에 모래가 한 알 있으면 처음에는 약간 성가시다가 시간이 갈수록 보행이 힘들고, 나중에는 걷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여러 명이 함께 몇 시간씩 산행을 해 본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안다. 신발을 벗고 털고 싶지만 일행에 뒤처질까봐 그냥 참고 따라간다. 모두가 쉴 때 바위에 등산화를 두들기며 털어본다. 다행히 모래가 밖으로 떨어져 나가면 괜찮지만 나가지 않았다면 그 다음 보행은 더욱 힘이 든다. 그 작은 모래 한 알이 발바닥을 거쳐 전신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사람을 탈진시키는 것이다.
5월 초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티베트 문제 등으로 도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인터넷에서는 일본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했다. 그러나 불과 얼마 뒤 인터넷에는 "한 구의 시신에 바친 경의가 13억 중국인의 경의로 되돌아 왔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중국 쓰촨 성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벌이던 일본 구조대 대원들이 무너진 병원 자리에서 수습한 한 여성의 시신을 앞에 놓고 나란히 도열하여 머리 숙여 애도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중국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우리 구조대도 헌신적으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지금 천벌을 받고 있다. 숭례문 불탈 때, 성화 봉송 때 놈들은 더했다. 우리가 저런 일 겪었다면 중국 놈들 거들떠 봤을 줄 아나?" 등의 악성 댓글이 중국 포털 사이트에 옮겨지면서 우리 구조대의 구조 활동과 지원 노력을 빛바래게 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국가의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말과 글의 품위는 행동과 사고의 품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엔 개인과 집단의 이미지와 삶의 질에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목전의 당면한 목표만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타인을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커다란 일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불친절한 말 한마디, 사소한 오해, 제때에 전하지 못한 감사나 사과의 말 한마디 때문에 서로가 멀어지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습득하는 지식의 양도 중요하지만, 품위 있게 말하고 행동하며, 작은 일에도 항상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습관은 어릴 때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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