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흥이 기대 이상이어서인지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갈비집. 이날 저녁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2시간30분간 계속된 공연을 막 끝낸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크로스오버 음악의 창시자인 끌로드 볼링(78)과 마주앉았다. 소주를 곁들여 대표적인 한국 음식인 갈비와 된장찌개로 허기를 달래는 그는 세계적인 음악 거장 이전에 푸근한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다행히 그는 기자를 알아봐 주었다. 한국에 오기 전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이 인상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는 명함에 적힌 기자의 이름을 보며 힘들게 발음 연습을 했다. 그리곤 다 익은 고기 한 점을 앞 접시에 얹어주며 소주를 권했다. 소주를 사케라고 부르는 그는 "한국 술이 코냑에 비해 도수가 약해 먹기 쉽다"며 가볍게 한 잔을 비웠다.
2003년 이후 다섯번째로 대구공연을 마친 그에게 한국관객은 어떤 이미지일까? 그는 "음악은 전 세계 사람들의 소통 도구"라며 "국가별 관객들을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끌도드 볼링의 매니저도 한마디 거들었다. "한국 관객들은 공연 도중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며 "서양인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라고 전했다.
그는 150분간 진행된 공연을 막 끝낸 것치고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앞에서 정열적인 재즈리듬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나이를 잊은 정열 때문일까? 지난달 대구에서 공연을 가졌던 미국 최고의 재즈보컬리스트 다이안 슈어(Diane Schuur)도 5월 끌로드 볼링의 대구공연 소식을 듣고 "그를 굉장히 좋아하며 존경한다"는 말을 남겼다. 안타깝게도 크로스오버 음악을 했던 그는 전통 재즈 뮤지션인 다이안 슈어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이날 공연의 보컬리스트였던 마크 토마스는 다이안 슈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며 한국 관객들의 재즈 사랑에 놀라움을 표했다.
대화 도중 연방"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말한 그는 이날 갈비 2인분과 된장찌개, 밥 2공기를 단숨에 비웠다. 소주 1병과 맥주 2잔도 곁들였다. 식사가 끝난 시간은 다음날 오전 1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생의 마지막까지 공연을 계속하고 싶고 내년에도 대구공연을 기대한다"는 그는 다음날 서울 공연을 위해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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