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 오면 사람들은 제각기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희망찬 출발을 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기가 넘쳐나는 봄맞이가 설레듯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온기가 있을 때 들어야 제멋이 살아나는 음악이 있다.
빈 필하모닉이 선사하는 신년 음악회 '봄의 소리 왈츠'가 바로 그런 음악이다. 왈츠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감상적인 춤이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 누구나 한번쯤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신사의 오른팔에 살포시 손을 얹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왈츠의 설렘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내일의 삶을 기대로 부풀게 한다.
여름은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을 연상시킨다.
나폴리의 아름다운 해변이 생각날 때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의 정열적인 이태리 칸초네가 더위를 식혀 준다. 벨칸토 발성으로 들려주는 이태리 칸초네! 나폴리 민요로 불리는 칸초네는 이태리 남부의 푸른 바다와 사랑을 위한 노래이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사랑의 아픔과 기쁨, 사랑에 대한 뜨거운 정열을 노래하고 있다.
가을엔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2악장이 너무나 쓸쓸하고 고독하며 자신만의 비밀을 살짝 내비치는 독백조라 할 수 있다. "감정은 절제할수록 보다 성숙한 아름다움이 된다"는 말처럼 슈만의 아내를 남몰래 사랑하는 브람스의 지나칠 만큼 느껴지는 감정의 절제가 가을의 색채를 물씬 풍겨 낸다.
또한 수확의 풍요로움이 있듯이 음악, 무용, 연극, 회화가 총동원된 오페라는 화려하고 장대한 가을의 종합예술이다. 사랑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 삼각관계와 배신, 복수와 질투, 해학과 코미디, 신화와 전설 등 인생 그 자체를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장중하고 엄숙한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겨울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연가곡이 쓸쓸함과 추위를 녹여주고,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질 때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깨닫기에 충분하다.
한 해의 마무리와 다가오는 새해의 힘찬 출발을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과 함께한다. 온 세계의 평화와 삶이 주는 기쁨을 노래한 4악장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 자신의 말처럼 "고뇌를 돌파하고 환희에 도달하라"는 메시지가 가슴 벅차게 한다.
살면서 진정한 나를 찾게 되는 순간이 언제일까? 뭔가에 쫓기듯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묻히거나, 자칫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 속에서 음악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는 삶에 감사한다.
최승욱(경북예고 음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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