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폭등세다.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면서 더 무더워지는데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켜기도 겁나는 시절이다.
특히 기업들은 절약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손님들이 느낄 불편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오늘 당장 절약에 나서지 않으면 내일 아침, 셔터문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산업현장을 휘감고 있다.
◆인내하라
대구시내 오피스빌딩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곳 중 하나인 대구은행 본점(수성구 수성2가) 건물. 이곳은 지난 3월부터 이미 '전기료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우선 승강기 사용을 최대한 억제, 직원들에게 계단 오르기 운동을 권유, 3월부터 지난해에 비해 월평균 5.8%의 전기요금이 줄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가을 본점 3층에 휘트니스센터와 PB룸, 고품격 레스토랑을 입주시켰기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전기료가 10%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구은행 본점의 전기요금은 지금까지 오히려 15% 정도 줄어들었다. 최영수 총무지원부장은 "지난해 여름 3개월 동안 전기요금은 2억5천5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전 직원이 넥타이를 벗도록 해 실내온도를 평균 1~2℃ 올리고, 가능하면 승강기 대신 걷도록 해 여름 전기료를 2억4천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인내전략은 다른 오피스빌딩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시행하라
고객과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유통업체들. 손님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절약대책도 '007 작전'으로 시행 중이다.
대구백화점은 깔끔한 인상으로 소문났던 전 직원들의 넥타이를 벗겨낸 것은 물론, 백화점 화려함의 상징인 조명도 슬그머니 줄였다. 하지만 손님들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인 오전 9시엔 간접조명, 청소가 시작되는 9시 30분 무렵엔 간단한 2차조명, 10시 30분 개점이 되어야 모든 전원을 켜는 식이다. 지난해에 비해 6% 정도 전기료를 아낄 작정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평균 1천200만원이나 된다.
홈플러스는 대구시내 5개 점포당 3천만원씩 비용을 들여 '무빙워크'가 손님이 탈 때만 움직이도록 했다. 이곳 역시 유통업체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조명을 고객이 많을 때에만 정상 밝기가 나오도록 하고 냉방온도도 손님이 많을 때만 '빵빵하게' 가동한다. 빈 주차공간에는 조명을 끄고 있다.
◆에디슨이 필요하다
경북 청도에 제조공장을 갖고 있는 귀뚜라미보일러. 이곳은 고유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올겨울 시장을 겨냥, 나무를 원료로 하는 '팰릿 보일러'를 조만간 출시한다.
이 회사는 이달 '하이브리드 냉난방 에어컨'도 출시, 냉방을 하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회수해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하게 만든다. 이런 시스템은 업계 최초라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
제조업체들도 공정에서의 '절약'을 위해 전 임직원이 '에디슨'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지역 최대 종합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는 전기모터에 고효율의 인버터를 설치, 연간 2억원 정도를 절감한 데 이어 보일러를 가동했을 때 발생하는 폐열을 다시 회수하는 시스템도 7월쯤 설치할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 김희봉 팀장은 "지금 지역 기업들은 '죽느냐 사느냐' 두 갈래 길에 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만나고 있다"며 "안타까운 것은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짜내 절약 대책을 당장 시행하고 있지만 중소 영세업체들은 자포자기에 빠져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작은 것 하나만 바꿔도 연말에 가면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본다"며 "아이디어는 국책사업인 에너지관리공단 자문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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