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문제, 지겹지 않느냐. 이제 그만 좀 물어봐 달라. 이미 할 얘기 다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6일 기자들이 자꾸 복당문제를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박 전 대표도 지겨워할 정도인 '복당문제'가 27일 홍준표 원내대표 당선자와 박 전 대표 간의 비공개회동을 통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가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기복당해법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홍 당선자와 엇박자를 냈다. 신구지도부 간 입장 차이가 두사람 간의 세대결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당초 이날 최고위에서는 실무진이 마련한 복당의 범위와 절차 등을 담은 '로드맵'이 비공식적으로 보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기도 했지만 강 대표가 "이미 협의가 된 내용을 거론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홍 당선자가 주도하고 있는 복당해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없었던 일이 됐다고 한다. 강 대표는 "민주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비준안 처리를 18대 원구성협상과 연계하겠다고 하는 시점에 복당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될 수 있다"며 복당문제를 재론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대표는 "(원내대표)당선자 신분으로 당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강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홍 당선자가 복당문제를 주도할 권한이 없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이에 조윤선 대변인은 "그런 뜻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강 대표가 홍 당선자의 '복당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했다.
홍 당선자는 27일 박 전 대표 외에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김영삼 전 대통령도 예방하는 등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는 "친박인사 복당문제는 여권위기의 진원지"라고 못박으면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풀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나 외에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강 대표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복당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강 대표가 (복당문제를)빨리 풀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며 '몽니'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강 대표와 홍 당선자 간에 복당문제에 대한 사전조율 작업은 전혀 없었다. 홍 당선자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지금은 당선자 신분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협의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원내대표 임기가 시작되는 30일 이후에 움직인다면 촉박해진다"면서 "협의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최근 당내외를 가리지 않고 친박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 와중에 복당과 입당이라는 이중적 기준을 도출해냈다.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그는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불신의 골이 너무 깊은 것 같다"며 "우선적으로 박 전 대표를 믿게 할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두 사람 간의 회동결과에 따라 복당수순의 진행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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