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 정책을 내놓은 정부가 오히려 逆攻(역공)당할 입장이 되자 슬쩍 방향을 비틀었다. 운하는 산을 깎고 없는 길을 뚫는 파괴 행위가 아니라 옛날 뱃길을 복원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환경 친화적인 治水(치수)사업이라고 홍보한 것이다. '運河(운하)'라는 단어가 주는 비인간적인 의미에서 '뱃길 복원'이라는 친근감으로 바뀌자 반대 여론이 다소 주춤해졌다. 논리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목청 높이기 시합을 하고 있는 사회에 논리 개발은 더없이 중요하다. 제 목소리 내기는 많을수록 좋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문제는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
탈무드에 유명한 '2개의 머리'얘기가 있다. 만일 2개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면 이 아이를 한 사람으로 대우해야 하는가, 아니면 두 사람으로 대우해야 하는가. 터무니없는 얘기 같지만 원칙 확립을 위해서는 극히 필요한 질문이다. 즉 '인간은 설령 머리가 둘이더라도 몸통이 하나면 한 사람이다'라든지 아니면 '머리 하나를 한 사람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식의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그런데 탈무드의 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한쪽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다른 쪽 머리도 뜨겁다고 비명을 지르면 한 사람이고, 다른 쪽 머리가 무표정하면 두 사람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2개의 머리'가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쪽 저쪽 싸우다 결론 없이 사회가 두 조각 날 공산이 크다. 이런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도 판단할 수가 없다. 유태인들의 탈무드가 부러운 이유는 이런 복잡한 사회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논리를 개발해 놓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다양성 사회에 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운하는 물론 소고기 수입, 광우병 파동, 공기업 통폐합, 빈부 격차 확대, 입시 제도 등은 단칼에 결론 내지 못하는 사안이다. 모두가 엄청난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최근 촛불 시위 확산에 논리를 개발하지 못 하고 있는 정부, 다양성 사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의문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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