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赤字 수렁에 빠진 서민 살림살이

고물가 폭탄을 맞은 서민층과 중산층이 적자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1/4분기 전국 가구 중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층의 가계 살림에서 적자를 본 가정이 55.8%다. 10가구 중 대여섯 가구가 적자 가계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소득 중간 40%인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적자 가구 비율이 26.9%에 이르러 지난해보다 늘었다. 반면 소득 상위 30%인 고소득층의 적자 가구 비율은 14.4%로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적자 원인이다. 씀씀이가 늘어나 적자를 보였다면 근검절약하면 될 일이지만 소비 지출 항목은 그대로인데 지출 비용이 늘어 적자를 보인 가구가 많았다. 올해 1분기 하위 20%의 소득은 월평균 3만8천300원 늘어난 데 비해 식료품비(1만7천300원) 광열수도비(1만7천500원), 교통통신비(1만7천700원) 교육비(2만8천300원) 등 4개 항목의 지출만 8만 원 이상 늘어났다. 광열수도, 교통비 등 꼭 써야 하는 필수 지출 부담이 증가하면서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물가를 잡겠다며 52개 품목을 선정하는 등 의욕을 보여 왔다. 하지만 사상 최고의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고 원자재가격, 곡물가 등이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해외 요인만 탓할 것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 등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릴 방안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물가 잡기, 소비 지출 절감안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실질적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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