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출간됐다 절판된 강석경의 첫 소설집 '밤과 요람'이 새로 나왔다. 초판에 실렸던 '빨간 넥타이'와 '아브라함 아브라함' 2편을 제외하고, 초기작품인 '동백꽃' '녹색의 휘파람'을 추가해 12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강석경은 현실에서 상처 입은 인물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인습과 제도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작품을 써왔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역시 그렇다.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다룬 '낮과 밤' '밤과 요람'과 폭력적 현실에 노출된 소년의 상처를 그린 '거미의 집' '저무는 강',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절망하는 젊은이들의 고통을 담은 '맨발의 황제' '북' '엘리께여 안녕' 등은 모두 삶과 사람살이에 끼어들기 마련인 비극에 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강석경의 소설에 나타나는 세계관은 어둡다. 그 안의 인물들은 악의적인 현실에 저항하려는 노력대신 체념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정이야 불행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선한 자는 행복해야 하고, 승리해야 하는 데 강석경의 소설 속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노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바로 이 '불편함'이야말로 강석경이 호출하려는 감상일 것이다. 강석경은 독자로 하여금 불편을 느끼게 함으로써 고요한 세상을 향해 새된 비명을 질러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말의 긍정적 여지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분연히 일어서게 만드는 셈이다. 분노는 쌓여야 터지는 법이니까. 396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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