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원전주해 이육사 시전집

박현수 지음/예옥 펴냄

옛 대표 시인들의 시전집 단행본은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출간됐다. 연구자가 현대 표기법에 맞게 해석한 것을 텍스트로 삼은 번역본이거나, 최초 발표 당시의 원본을 텍스트로 연구자의 해석이 첨부된 주해본.

번역본은 읽기에 편리하지만 원본을 확인할 수 없고, 주해본은 일반 독자보다는 연구자들을 위한 학술서에 가깝다. 이번에 박현수 경북대 교수가 펴낸 전집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채택했다. '최초 발표 당시의 원본(도판)'과 '저자가 확정한 원전 텍스트', '원본 텍스트 주해본'으로 엮은 것이다. 즉 일반독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쓸모 있는 텍스트인 셈이다.

작품 발표 당시 원본 이미지와 원본대로 입력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지은이는 자신의 해석본을 내세운 다음, 그 해석의 근거와 출전을 각주로써 덧붙였다. 재해석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해석에 참고해야 할 기존의 다른 논자들의 연구를 인용하고 그 전거를 밝혔다.

책은 이육사의 현대시와 한시, 번역시를 비롯해 육사가 친필로 썼던 엽서의 원본 이미지와 이를 옮긴 텍스트와 해설도 담고 있다. 또 이육사에게 보낸 다른 이의 엽서와 이육사에 대한 회고문도 담고 있다. 이육사 관련 논저 전체를 섭렵해 작품 주해에 반영하고 해석의 출전을 밝힌 전집은 처음이다.

지은이는 육사의 시는 한 작품에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이본이 존재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소개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표기 형태로 인용되어 왔다. 이번 주해본에서는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주해를 참고해 가장 적절한 원전을 확정했다. 기존의 판본과 달리 해석해 확정한 부분이 적지 않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을 '가장 정본(定本)에 가까운 해석본'으로 보고 있다.

지은이 박 교수는 "이육사의 시집 초판본을 가지고 싶어 헌책방을 전전하다 겨우 구했다. 빛 바래고 먼지 뽀얀 오래된 책들을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287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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