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육식과 채식, 그리고 환경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는 21세기 최대 화두이자 세계적인 관심사의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떤 학자는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 경제의 지도를 바꾸고, 심지어는 금본위제와 달러본위제에 이어 '탄소본위제'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9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환경 의식이 매우 낮을 뿐더러, 정부와 기업들이 에너지와 환경문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쇠고기 파동도 어느 면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경 의식이 미약함을 보여 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선진국들은 쇠고기를 두고 이야기할 때, 광우병과 같은 보건문제보다는 환경문제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UN은 2006년에 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하는 축산업이 세계적인 대기·수질오염과 토양 침식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원인이라 단언하고,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제창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육류생산이 환경과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채식'(Environmental Vegetarianism)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육류를 생산하는 데는 엄청난 양의 곡물이 사료로 사용된다. 곡물재배에는 막대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소모되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들 곡물을 배나 차로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오염시키며, 가축의 배설물에서는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유출된 축산 폐수는 강과 내를 오염시킨다. 축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18%를 차지하여 자동차나 항공기 등 교통분야의 탄소배출량 비중(13.5%)을 훨씬 웃돌고 있다.

현재 2억8천400만t인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오는 2050년경에는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더 많은 가축을 키우고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1분마다 축구장 여덟개 넓이의 열대우림이 벌목과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있으며, 그 속에 살고 있는 5만종의 생물이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국제적인 보존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2030년에는 지구의 허파이자 희귀 생물자원의 보고인 열대우림이 겨우 20%밖에 남지 않을 거라는 섬뜩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도 희망의 빛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구 환경과 이웃을 배려하는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적인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채식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름진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 국민들을 중심으로 고기를 적게 먹거나 채식을 지향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삶'(Sustainable Living) 또는 '대안적 삶'(Alternative Living)을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난 10년 동안 1인당 쌀 소비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상의 의무이행 당사국은 아니지만, '발리로드맵'에 따라 2013년부터는 탄소감축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젠 우리도 자원을 아끼고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세계적인 食文化(식문화)의 변화와 소비 혁명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 쇠고기 1㎏을 덜 먹으면 10만ℓ의 물과 7㎏의 곡물을 절약할 수 있고, 20일 동안 100W의 전구를 밝힐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채식을 하는 사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육식을 하는 사람의 배출량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육류 소비를 줄이면 환경뿐만 아니라 빈곤 문제의 치유와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일 가축에게 먹일 사료용 곡물을 식용으로 돌릴 수 있다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육류 섭취량의 증가 등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비만, 대장암, 당뇨병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육식동물 사육에 따른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과 같은 질병도 수시로 출몰하곤 한다. 따라서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장려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우리 모두가 소비생활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해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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