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생일/강해림

울 엄마 딸 셋 낳고 또 낳았더니 딸 쌍둥이라

산후 조리도 제대로 못하시고

눈물 펑펑

불효막심하게 나 태어났지요

가시내 둘 젖 빠는 거 보기 싫다고

외할머니 등쌀에 유모에게 맡겨진 그 애,

언니가 집 나가는 법 아니라고

나 대신

보름만인가 엉덩이가 헐고 들피져서 돌아 왔다네요

그 유모 제 새끼만 배불리 먹이느라

빈 젖만 빨았을,

봄날 마른버짐 피어오르듯 착 갈앉아 하루 이틀 사흘을

새들새들 앓더니 졸린 듯 깔딱,

배냇머리도 한 번 못 깎아보고 내 반 쪽 별이 되어

하늘나라 가 버린

엄마!

오늘은 제가 빈 젖을 빨고 싶어요

들여다보면 이런 사연 묻어놓은 가정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말순이, 끝분이, 남득이…… 우리 외가에도 필남이, 분선이 두 이모가 있다. 기필코 아들 낳으리라 소망했던 必男(필남)이 이모 뒤로 딸이 태어났으며, 분한 마음 담아 이름 지은 분선이 이모 밑으로는 딸조차 없었다. 하지만 딸 셋 놓고 본 자식이 딸 쌍둥이라니, 그 어머니의 마음이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쌍둥이가 아니어서 알 순 없지만 형제 혹은 자매가 생일을 공유하는 일은 각별한 느낌이겠다. 게다가 한 사람이 이 세상을 먼저 떠났다면…… 마치 반쪽으로만 살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미역국을 받아먹을 때마다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나의 반쪽. 그 허전한 자리를 시 한 편으로 채워 넣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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