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300년 전 청동기 人骨 관심 집중

▲ (사진 위로부터)인골의 머리 부분, 가지런히 남아있는 하얀색 치아, 허리춤에 있던 돌화살촉.
▲ (사진 위로부터)인골의 머리 부분, 가지런히 남아있는 하얀색 치아, 허리춤에 있던 돌화살촉.

"2천300년 만에 부활한 그는 누구인가?"

청동기시대인으로 추정되는 인골(人骨)이 대구 달성군 구지면 평촌리 달성2차지방산업단지 지원도로 건설부지에서 발굴되면서(본지 27일자 1면 보도) 인골의 신원에 대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발굴에 참가한 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 김찬영 책임조사원은 "두겹으로 덮인 석관묘의 뚜껑돌을 힘겹게 여니 허연 김이 뿜어져 나오면서 가지런한 하얀 치아가 눈에 띄었다"며 "이렇게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청동기시대 인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관에서 김이 새어나온 것은 밀폐상태에 가깝게 보존이 잘 돼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산성이 강한 우리나라 토양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골 보전상태가 원형을 유지한 데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인골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은 알칼리 성분을 가진 청석(靑石·응회암) 사이에 촘촘하게 진흙을 발라 관의 틈새를 없앴고 마감까지 면밀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골의 주인공이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고 다리를 약간 굽히고 있는 것은 이 일대가 침수지역이어서 인골이 누워있는 형태가 지하수 흐름의 영향을 받아 다소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달성군청 김제근 학예연구사는 이 청동기인에 대해 "기골이 장대한 남성 지도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170㎝ 정도의 키(당시 남자 평균키 150㎝ 안팎 추정)에 당대에서는 보기 드문 큰 몸집을 갖고 있었고 석검, 석촉 등 유물과 함께 발견된 점에 미뤄 '지도층 인물'로 추정된다는 것.

김 연구사는 "함께 발견된 마제석검과 석촉은 실제 사냥에 쓰였다면 단단한 돌 재질이어야 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이암'으로 만들어 인골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함께 매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이는 청동기시대부터 계급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권위를 상징하는 석검과 석촉에 미뤄 여성보다는 남성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DNA를 추출해 조사하면 중국 북동계 출신인지, 남방계통인지 분석이 가능하다.

경북문화재연구원은 이 인골을 원형 그대로 포장해 충북대학교 부설연구소로 옮겨 분석한 뒤 2개월 후쯤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함께 발굴된 옹관묘(甕棺墓) 3기도 고고학적으로 관심의 대상이다. 일반적인 옹관 형태가 아니라 일본 야요이(彌生·기원전 5세기~서기 3세기)시대 무덤과 비슷하고 지금까지 해안과 가까운 김해 등지에서 발견됐는데 내륙지역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