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중심도시 건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구시가 대내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이를 위해 시는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굵직굵직한 기반구축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명품 도시'를 위한 대구시의 문화행정을 점검해본다.
(1)청사진도 없는 대구문화재단
지난 16일 대구시의회는 김범일 대구시장을 이사장으로 명시한 '대구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이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엔 2009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정관과 이사진 구성, 세부 사업계획을 구성토록 했다.
◆드러난 문제점
대구문화재단 설립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이때까지 수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재단의 독립과 자율성. 기금은 물론이고 운영자금까지 시에서 지원받는 입장에서 과연 얼마나 시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대구시의 설립자산은 194억원(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 150억원, 문화예술진흥기금 44억원). 시는 초기 설립자금 9억원을 뺀 185억원을 일단 적립해두고 2단계로 문화창작교류센터 475억원을 출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쓸 수 있는 돈은 185억원에 대한 이자가 고작인 셈. 하지만 현재의 낮은 금리수준을 감안하면 이자로 더 이상 별도 예산 지원없이 직원 인건비와 기본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체적인 밑그림이 없다는 점도 많은 우려를 낳은 부분이다. 이번에 대구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안에도 문화재단의 구체적인 사업방안은 명시되지 않았다. 대구시민회관 등 대구시 산하 시설을 위탁 운영하거나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등 도시문화마케팅 사업을 맡을 것이란 기존 예상과 달리 재단기금으로 들어가는 문화예술진흥기금 44억원에 대한 사업 외엔 어떠한 것도 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난달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대구문화재단 설립의 문제점과 방향성' 토론회에서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립기본계획안에선 대구문화재단의 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어디까지 개입할까?
대구시는 민간 전문가인 대표이사와 이사진을 먼저 선임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모든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운영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안국중 대구시문화예술과장은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재단이관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재단에서 이사회를 통해 사업이 선정되면 그때 예산과 함께 사업을 이관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같이 문화재단의 구체적인 사업 밑그림이 정해지지 않아 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대표이사에 대한 권한이 대폭 상향조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대구시는 문화행정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맡기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자칫 단체장이 이사장을 맡을 경우 시의 개입이 많아져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대구시장이 이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재단의 기준 축이 관을 대표하는 이사장과 민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 체제로 양분됐다. 대구시는 이사장의 권한을 대표이사 쪽으로 대폭 넘길 것을 약속했지만 대구시의 개입소지는 여전히 잔존해 있는 상태다.
실제 이진훈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질적인 재단 업무를 도맡게 된 대표이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단의 사업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대구시장이 임명할 대표이사가 사업을 주도하면 자칫 시 주도의 문화재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직구성 뜨거운 논란
이날 이 국장이 "대표이사로 대구의 문화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거물급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두고도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외부인사가 대표이사를 맡게 될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지역의 각 문화 관련 단체들의 성격을 잘 알고 지역실정에 맞는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관리책임자는 지역인사가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실제 광역지자체 중 문화재단이 설립된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 제주 5곳 모두 그 지역 출신의 대표이사가 재단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영은 대구예총회장도 "대구문화와 지역예술인의 성향을 알지 못하는 인사가 등용될 경우, 재단 설립 초창기부터 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지역과 문화인과의 소통이 용이한 인물을 통해 지역 문화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